전요섭 신임 인케 회장은 “조직의 역량을 키워 한국 벤처·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외국 중견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전요섭 신임 인케 회장은 “조직의 역량을 키워 한국 벤처·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외국 중견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외국에 있는 한국 벤처기업인들의 단체인 인케(INKE·세계 한인 벤처네트워크)가 지난 6일 서울에서 닷새간의 정기 이사회 및 총회를 마쳤다.

올해는 임기 2년의 회장(8대)을 뽑는 선거가 치러져 분위기가 뜨거웠다. 전요섭 프랑크푸르트지부 의장(54)이 ‘INKE 2.0’을 공약으로 내세워 회장에 당선됐다. ‘협력강화 워크숍’ 행사가 열린 6일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 빌딩에서 전 회장을 만났다.

▷먼저 당선을 축하드린다.

“중책을 맡겨준 데 대해 회원들에게 감사한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인케 회장 선거가 이렇게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는 것 자체가 발전된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13년 전인 2000년 11월 인케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해외 회원은 나와 레이몬드 강 뉴욕지부 의장, 김영규 런던지부 의장 단 세 명이었다. 그게 13년 만에 59개국에 79개 지부를 둔 1100여개 회원 조직으로 커진 것이다. 조직 내에 서로 다른 생각이 생기고, 그 생각들이 경합을 벌이는 때가 된 것이다.”

인케 조직이 본격적인 팽창을 시작한 것은 2008년 홍병철 회장(5~7대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는 동남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2007년 24개였던 지부를 5년 만에 79개로 늘렸다. 전 회장은 그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홍 전 회장의 카리스마와 강력한 한류 바람, 한국경제신문의 기여”를 꼽았다.

▷인케 조직이 커지면서 기대도 그만큼 커졌다.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인케 설립 당시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해외에 있는 한국 벤처기업인들이 국내에 있는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그를 통해 해외에 있는 한국 벤처인들도 국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쌍방향 비즈니스인 셈이다. 지난 13년을 돌아보면 일단 조직 확대를 통해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투자 사업,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라는 역방향 사업은 잘 안 되고 있다. ”

인케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5억5000만달러의 해외 수출 지원과 투자유치 실적을 냈다. 이 중 국내 벤처의 해외 수출 지원이 전체의 60%(3억183만달러)에 육박한다. 나머지가 양국 간 기술협력, 합작법인 설립, 투자유치 등이다. 특히 한국 투자 유치는 4170만달러로 전체의 10%에도 못 미친다.

▷인케 네트워크 규모가 더 커야 한국 내 사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유럽이나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등으로 지부를 확대할 여지가 많고 그래야 한다. 현재 CIS 11개국 중 지부를 둔 곳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3개국뿐이다. 아프리카 대륙에도 남아공과 가나 2개국이다. 일본도 지부가 도쿄와 후쿠오카 등 2곳이다.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동안 급속히 커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질적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질적 성장’이라는 말은 회원들의 능력 강화를 얘기하는 것인가.

“개인적인 능력 강화보다는 네트워크 강화다. 인케 회원들의 구성을 보면 삼성 현대 등 옛 종합상사 출신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나머지도 현지에서 최소 10년 이상 교역 분야에서 종사한 전문가들이다. KOTRA가 인케와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직원들의 현지 체류 기간이 길어야 3~4년이다. 근본적으로 전문성을 담보하기 힘든 구조다. 인케의 당초 목표였던 쌍방향 비즈니스, 즉 벤처 해외 진출 지원과 함께 한국에 대한 투자 유치가 가능한 조직으로 다시 재편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 점을 강조했다.”

▷‘INKE 2.0’을 강조했는데.

“인케가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기라고 본다.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며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을 기억할 만하다. 지난 13년간 인케가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 5년은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회원끼리 사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지난 5일 코엑스에서 열린 ‘벤처기업 해외진출 상담회’에서 매출 120억원 규모의 한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다. 이 분은 휴대폰 중고 배터리를 이용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제품을 만들어 유럽에 수출하겠다고 했다. 문제점인 디자인, 마케팅, 현지 법적 절차 등을 런던·파리지부 의장과 함께 즉석에서 풀어줬다. 세 명이 모이니 혼자 상담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얘기가 진행됐다.”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는 다른 얘기다. 어떻게 강화할 계획인가.


“독일만 해도 수많은 중견 히든챔피언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기술협력을 하거나 투자하는 사례는 극소수다. 이런 분야에서 인케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지의 능력 있는 회원들을 유치하고 이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인케를 사단법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기적으로 사단법인화는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당장은 설립 모태인 벤처기업협회와의 협력 속에서 성장을 꾀하는 게 옳다고 본다. ‘INKE 2.0’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이라는 뜻도 있지만 인케와 벤처기업협회의 관계, 인케 회원 간 관계, 인케와 한국 기업 간 관계 등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자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인케 발전을 위해 이 모든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전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컨설팅·투자 업체인 HMBC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여건에 대해 “매우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잦아들고 코리아 브랜드 이미지가 정착된 상태이기 때문에 제품만 좋다면 해외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경제 침체 속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이 품질력으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해외 진출 때 보완할 점이 있다면.

“많은 벤처·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때 자금 조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이 부분을 지원해줬으면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누구를 지원할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원 대상은 시장이 더 잘 안다. 지원은 시장에 맡기고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독일이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 진출 지역도 북미나 중국, 일본 중심에서 유럽 쪽으로 넓혔으면 한다. 진출만 결정하면 인케가 적극 도울 수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나.

“개인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실패할 때 확실히 실패해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한국 젊은이들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젊음의 특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정부도 실패한 젊은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게 한국의 미래다.

■ INKE

인케(INKE·International Network of Korean Enterpreneurs). 세계 49개국에 79개 지부, 11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2000년 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함께 만들었다. 매년 두 차례 정기 및 임시총회를 열고 외국 진출 방안 세미나와 현지 바이어들을 만나는 비즈니스 상담회 등을 열고 있다.

■ 전요섭 INKE 회장은

인케 창립 원년 멤버 3명 중 한 명이다. 단국대 전자공학과, 독일 카이저스라우텐 주립 공과대학(석사)을 졸업한 뒤 1991년 현지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부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현대전자와 현대디지털테크(유럽법인장)를 거쳤다. 2000년 인케 출범을 주도했으며 2003년 독립해 독일의 대표적 화학·생명공학·의약·그린에너지 분야 산업단지 ‘훽스트’에서 ‘한·독기술협력센터(HMBC)’를 설립했다. 독일 기술의 한국 이전과 양국 간 공동 기술협력사업 등을 진행하고 현지 업체에 직접 투자해왔다.

지난해부터는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손잡고 한국의 5~6개 중소기업 LED 제품을 조달해 DB생커(독일 철도청 물류회사), BLG(자동차 물류회사) 등 현지 대기업 조명을 전면 교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