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실용기술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중위권 대학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 기업들과 교류를 늘려가고 있지만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상위권 대학은 아직도 기술 이전보다 논문 건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총장은 “충분히 기업에 팔 수 있는 연구를 하고서도 연구 내용을 쪼개 기술 상용화와 잘 연결되지 않는 논문 몇 편만 발표하는 교수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력에서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도 실용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75%의 기업이 산학협력이 잘 안 되는 이유로 ‘협력 목적의 차이’를, 50%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꼽았다.

전경련은 “기업은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원하지만 대학은 장기적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학문적 성과 위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려 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소유권의 경우 KAIST는 서남표 총장 시절인 2008년 ‘기업과 연구 계약을 하면 KAIST가 해당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권을 소유하고 투자 기업은 사용권만 가지며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지식재산권 기준을 발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학 교수들의 태도와 대학과 기업 간 인적 교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충남 천안지역의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유명 교수들 가운데 대기업 이외에는 공동 연구를 거들떠보지 않는 숫자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산업체 경력 10년 이상 교수를 채용하면 강의 시간을 30% 감축해 주는 ‘산학협력중점교수’를 2011년 도입했지만 206개 4년제 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83곳은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이광주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대학은 교수가 기업에 가서 일을 하도록 유도하고 대학은 기업 출신을 더 많이 교수로 받아야 실용적인 연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