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후 첫 사례…시정방안 타당하면 바로 사건종결
자진 시정으로 과징금 면할 길 열려…공정위 "제재 상응하는 구제책 요구"


불공정행위 혐의를 받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업체들이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피할 길이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전원회의를 열어 네이버·다음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전원회의 직후 연 브리핑에서 "온라인 검색 서비스 시장은 동태적 시장 상황 및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야 할 혁신시장이라는 점과 인터넷 검색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신속한 경쟁질서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단 사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적절한 시정방안이 마련된다면 충분한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는 점 ▲동일·유사한 사안에 대해 해외 경쟁 당국도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위법성 판단을 내려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구제나 경쟁제한상태 해소, 거래질서 개선 등의 시정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실질적인 개선을 신속하게 끌어내는 제도를 말한다.

네이버와 다음은 30일 이내에 잠정 동의의결안을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잠정안이 결정되면 30∼60일간 경쟁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검찰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14일 이내에 최종 동의의결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확정하면 기존 위법성 판단 심의절차는 취소되고 사건은 종결된다.

최종 결정까지 최장 104일이 소요되는 셈이다.

검색광고와 검색결과의 미구분 문제 등 표시광고법 위반 사안도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문제가 개선되면 별도로 법 위반 행위 여부를 심의하지 않게 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어서 동의의결제 적용 대상이 아닌 네이트의 제재 여부 역시 네이버와 다음의 동의의결 과정에 따라 처리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제재를 내리려던 수위에 상응하는 만큼의 강도높은 피해구제 방안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과징금과 과태료 총액이 대형 포털은 수백억 원대, 중형 포털은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지 상임위원은 "직접 피해는 물론 간접 피해를 구제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심의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며 "동의의결 개시로 과징금 제재를 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동의의결제 도입 이후 실제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온라인 검색시장과 같은 혁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 방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국내 온라인 시장 전반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예방·개선하고 사업자들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모범거래기준)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또 동의의결제가 신속한 피해구제와 시장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도 이 제도를 불공정행위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위의 이번 동의의결 수용 결정을 반기면서 앞으로 개선안 마련에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이버는 "IT 산업의 급변하는 시장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고, 다음은 "수용 결정을 기대했는데 그에 부합하게 나온 만큼 주어진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주요 포털사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였으며 애초에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정할 방침이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주 동의의결 신청을 하고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오예진 기자 pan@yna.co.kr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