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포럼 참관 특별기고] 석학들의 이구동성 "미래동력은 인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한국이 자원부족과 좁은 국토, 남북분단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압축성장을 이룩한 원동력으로 인재와 교육열을 꼽는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WEF)은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148개국 중 지난해보다 20단계나 하락한 64위로 평가했다. 그만큼 한국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세계 각국의 인재 양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재가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한국경제신문이 교육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공동 개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서는 글로벌 인재의 양성과 활용을 위한 다양한 과제와 해법이 모색됐다. 세계 과학기술 허브로 성장한 이스라엘의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를 비롯해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 라즐로 보크 구글 수석부사장, 존 휴즈 영국 뱅거대 총장 등 세계적 석학과 지도자들은 미래 성장의 원동력으로 창의적 인재를 키워드로 꼽았다.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인 창조경제 패러다임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창조경제 패러다임은 창의적 인재 육성과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런 우리에게 두 가지 숙제를 안겼다고 생각한다.

첫째,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줄리 게바우어 타워스왓슨 HR총괄 사장은 전 세계 인력의 약 35%가 고몰입 인력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은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높은 직무 몰입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제도와 기업문화, 국가 인재개발시스템이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조기 발견하는 것을 저해하고, 설령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한다 하더라도 몰입을 유도할 환경적 뒷받침이 부족하지 않은지 짚어 볼 문제다. 지금처럼 ‘머리로부터의 교육’을 강조하거나 틀에 박힌 인재육성에 의존하는 교육제도는 개인의 창의성까지 빼앗아 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번째 과제는 창의적 인재들이 고부가가치, 일자리,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바라크 전 총리는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이 정치·군사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4800여개의 창업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는 요즈마펀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옛 소련 붕괴로 100만명의 유대인이 유입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풀이 마련되자, 기술 인큐베이터를 만들었고 요즈마펀드를 통해 창업 러시로 이어갔다. 우리 정부도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언제든지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안전망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창조경제 달성을 위한 핵심은 교육이다. 교육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평준화된 인재양성 체계에서 벗어나 열린 창의교육으로 변화시켜 가고 있다. 꿈과 끼가 넘치는 인재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의 이론교육과 일터의 현장경험을 병행하는 직업훈련제도가 유럽의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듯 우리의 창조경제 달성에 필요한 인적자원 역량의 개발과 활용을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간 새로운 협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인재포럼은 국가적 화두인 창조경제의 방향을 정립하고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비전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줬다. 이제는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이희범 < 한국경영자총협회장·LG상사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