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임금 年2조 메워줘야…83%가 중소·중견업체 부담
근로시간 단축, 작은 기업이 떤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 김모 사장은 이달 초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김 사장은 귀국 즉시 경영기획실에 법 개정 이후 추가 부담을 산출토록 지시했다. 15억원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A사 직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9.5시간. 개정안 대비 7.5시간을 초과했다. 초과 시간을 줄이려면 20명을 새로 채용해야 하고 기존 직원들의 수당 인상요구도 들어줘야 해 연간 인건비가 7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새로 뽑은 직원들이 일할 작업장을 갖추는 시설투자비로 8억원이 산출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100억원)의 15%가 한순간에 날아갈 판”이라며 “중국 공장의 생산을 늘려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주간근로 40시간과 △주말근로(현행 16시간)를 포함한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추진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이 떨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 시 영향을 받는 근로자 규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 때 제조업과 서비스업 종사자의 초과 근로수당은 4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만든 안주엽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과근로 감축만큼 급여가 줄어들면 제조·서비스업 근로자 45만여명의 임금 감소 규모는 연 2조852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중 83.3%인 1조7379억원이 근로자 1000명 미만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줄어드는 임금을 메워줘야 할 뿐 아니라 신규 채용이나 추가 설비투자 비용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안팎으로 맞추는 등 대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왔다”며 “중소·중견기업은 준비가 안 돼 A사처럼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강현우/최진석 기자 hk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