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주간 - 전문가 진단

과도한 '기업 때리기' 안돼…규제완화·노사안정 시급
한국 기업가정신 '바닥'…칠레·오만 보다 더 낮아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의 기업가정신이 ‘바닥 수준’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식어가는 경제성장 엔진을 다시 돌리려면 대한민국 창업 1세대들이 가졌던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생산의 4대 요소는 노동, 자본, 토지, 기업가정신인데 우리는 기업가정신을 빼고 3개만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미국 월마트가 전 세계에서 고용한 종업원 수가 220만여명으로 한국 대기업 3300여개(종업원 300명 이상)의 전체 직원 수 260만여명과 맞먹는다”며 “정부가 자꾸 중소벤처 쪽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삼성전자 같은 회사 몇 개만 더 만들면 창조경제는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기업을 과거에 만든 법에 맞추도록 할 게 아니라 과거에 만든 법을 현재의 기업가정신에 맞춰 뜯어고치는 것이 기업가정신을 깨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노부호 서강대 명예교수(경영학)는 “며칠 전 삼성전자를 견학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자 제품이 나와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분배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만큼 이를 위한 규제개혁과 노사문제 해결이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을 펴면 다시 후진국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현재 한국 사회는 기업과 기업가의 잘못에 대해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너무 강해 기업가정신이 꽃을 피우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이 반칙으로 돈을 번다는 인식이 많아져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보다는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할 정도”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기 힘든 만큼 과도한 기업 때리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배임죄 확대 적용이나 기업 세무조사, 환경 관련 규제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각종 규제가 양산되면서 지금 한국 사회의 기업가정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치권, 국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마인드가 ‘한번 해보자’ 하는 게 없이 ‘이 정도면 됐다’는 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멈췄다”고 지적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에 따르면 우리의 기업가정신은 칠레나 오만보다 낮다”며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진입을 막는 규제가 많아 혁신과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또 “한국 대기업의 장점인 과감한 투자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투자 감소와 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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