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취재수첩] 우리금융 민영화와 시장의 우려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보세요. 시장은 민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관계했던 한 인사가 사석에서 ‘툭’ 던진 말이다.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 5월 말 1만1950원에서 23일 1만2850원으로 약 5개월간 7.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각각 13.1%, 12.0% 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 주가는 되레 6.8% 하락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민간 은행을 소유하는 데 따르는 폐해를 없애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민영화가 진행될수록 주가가 올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시장은 왜 반응하지 않는 걸까. 금융권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관제(官製) 인수합병(M&A)’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우리금융 계열사를 국내 금융회사들에 떠밀듯이 파는 것처럼 비치고 있어서다.

지난 21일 우리투자증권 예비입찰엔 KB금융, NH농협, 파인스트리트 등 3곳만 참여했다. KB금융과 NH농협의 ‘양강’ 구도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NH농협 회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출신)’ 식구다. 경남은행 매각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광주은행에는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이 구원 투수로 급파됐다. 지역 정치인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수 후보들이다.

물론 정부가 각본을 짜고 ‘연기자’를 뽑았다는 증거는 없다. 정부 소유 은행의 폐해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를 갖고 M&A에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을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과 묶어 팔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보험사, 저축은행은 증권업과 관련이 없다. 일부 매각 주관사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을 대형 시중은행에 팔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전략은 이제 바꿀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핵심 자회사를 왜 경쟁사에 파는지, ‘차·포’를 뗀 우리은행을 계획대로 팔지 못했을 때 초래될 기업가치 하락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공론화도 시급하다.

좌동욱 증권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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