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끝나지 않은 '키코 전쟁'
키코(KIKO) 논란은 이제 끝난 것일까.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키코 관련 첫 판결 후 ‘키코 종결론’이 확산되고 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때는 계약된 환율로 거래해 헤지가 가능하지만, 약정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지는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이다.

대법원은 이 키코 상품이 ‘전 구간에서의 위험 회피는 불가능하지만 일부에서 헤지가 가능한 상품이 맞다’며 ‘키코=투기상품’이라는 피해 기업 측 주장을 일축했다. 은행의 주요정보 설명 의무에 대해서도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은행들이 계약의 손실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게을리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은행들의 ‘완승’을 선언한 것이다.

키코 논란 이제 끝났다?

은행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고, 문제를 제기했던 언론들도 “대법원 판결이 난 이상 논란은 끝난 것 아니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정말 그럴까. 기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키코 문제는 아직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왜 그럴까.

키코 문제의 본질은 세 가지다. 첫째는 상품이 본질적으로 헤지에 적합한 상품이냐는 것이고, 나머지는 판매 과정의 적법성과 정부 제재의 형평성 문제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결론을 내렸고, 피해 기업 변호인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사기판매 논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1, 2심 소송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대출 후 꺾기’ 형태로 상품을 강권했고, ‘전혀 리스크가 없다’며 권유 판매한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코 판매 직후 이를 해외 투자은행에 돈을 받고 판 은행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질적으로 기업에 불리한 상품이라는 사실을 고객에게 숨겼고, 상품을 제3자에 넘긴 사실도 끝까지 숨겼다. 피해 기업들은 이를 사기판매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사례가 얼마나 있었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등 금융감독원 조사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기 판매 등 논란 해소해야

검찰 쪽 행태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검찰은 2011년 키코 사기판매에 관한 고소사건을 명확한 이유 없이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수사 담당 검사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기업들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키코 사기판매와 관련한 형사고소와 금감원 감사를 촉구하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제재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2005년 농협 등 15개 공기업이 키코와 비슷한 성격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을 때는 ‘손실에 미치는 중요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은행과 직원들을 중징계했다. 그러나 키코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은행들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매듭지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호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해당 기업인들도 스스로의 책임이 중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계약서에 사인한 주체는 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 책임을 질 땐 지더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정부와 검찰이 한 점 의혹 없도록 정보 공개와 수사에 나서줘야 한다”(정정식 키코피해기업대책위원회 사무총장)는 주장은 일리 있게 들린다.

박수진 중소기업부 차장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