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두유 마시도록 경쟁업체에도 납품"

'96세에도 공부' 정식품 명예회장

공부·건강식·반신욕…지금까지 체력 유지 비결
40년 콩 연구 책 펴내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베지밀을 들고 건강과 기업경영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chchung@hankyung.com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베지밀을 들고 건강과 기업경영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chchung@hankyung.com

“벌써 40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다니 감격스럽습니다. 40년간 베지밀을 먹고 부작용이 났거나 피해를 봤다고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자랑이지요.”

‘국민 두유’ 베지밀이 탄생 40년을 맞았다. 의사 출신으로 베지밀 개발자이자 국내 식품업계 최고령 경영자인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96)을 21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만났다.

정 명예회장은 1917년생이라는 점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했다. 건강의 비결은 규칙적 생활과 꾸준한 공부다.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EBS 영어방송을 듣는다. 산책과 반신욕도 빼놓지 않고 한다. 음식은 콩, 토마토, 호두, 호박, 시금치, 브로콜리 등 식물성 음식을 끼니 때마다 섭취하고 밥은 조금씩 먹는다고 한다.

그의 방에는 영어교재와 함께 콩의 효능에 대한 최신 연구논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부가 습관이 돼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하게 된다”는 그는 요즘도 정식품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을 틈틈이 자택으로 불러 콩에 대한 연구 동향을 교환하고 토론을 벌인다.

정 명예회장이 일생을 바쳐 연구한 베지밀은 소아과 의사 시절 한 갓난아기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1937년 19세에 소아과 의사가 됐을 때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숨진 아기를 지켜보며 충격을 받은 것.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70년 전 그 부모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당시엔 배가 아프다고 하니 병명도 그냥 소화불량증이라 했죠. 하지만 사실 그건 소화불량이 아니었어요. 모유나 우유의 유당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걸 알아내는 데 30년이 걸렸죠.”

정 명예회장은 콩에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 집에서 아내와 함께 콩으로 음료를 만들었고 이것이 베지밀의 시작이었다. 1973년에는 정식품을 설립하고 베지밀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1973년 출시된 베지밀의 누적 판매량은 120억개. 40년간 시장점유율 1위(지난해 45%)를 지키고 있으며 하루 250만개가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정식품은 2421억원의 매출과 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 명예회장은 회사 외형을 키우기보다 국민 건강과 내실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다. 자회사 ‘자연과사람들’을 통해 경쟁 두유업체에도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두유에 관한 발명특허를 많이 받았는데 다른 업체들도 두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몸에 좋은 두유를 더 많은 사람이 마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 결과 두유회사가 이제는 열 군데가 넘고 제품이 다양해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매일 오전 6시, 낮 12시, 오후 6시, 밤 12시 등 하루 네 차례 베지밀을 한 팩씩 먹는다. “2~3년 전에 흰머리가 다시 올라오길래 섭취량을 늘렸더니 다시 까만머리가 올라오기 시작했죠.” 정 명예회장은 조만간 ‘인류 건강에 이 몸 바치고저’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낼 계획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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