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과 열정의 텔아비브를 가다] "성공신화 많지만 우린 아직 배고프다"
“텔아비브 시내에선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든 와이파이를 공짜로 쓸 수 있다는 걸 아십니까.”

지난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시티서밋 텔아비브 2013’(City Summit Tel Aviv 2013)에서 기자와 만난 론 훌다이 텔아비브시장(사진)은 텔아비브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텔아비브처럼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접속이 자유롭고 편리한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만들고 소비하고 누리는 데 최적의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훌다이 시장은 최근 텔아비브 시내에 60개에 달하는 와이파이 핫스폿을 설치했다. 그의 말처럼 지중해 해변, 식당, 카페 등 시내 어디에서나 와이파이를 공짜로 쓸 수 있게 됐다.

1998년 처음 시장이 된 후 2003년과 2008년 연거푸 시장에 당선, 올해까지 15년째 텔아비브를 이끌고 있는 그는 그동안 지중해의 조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텔아비브를 명실상부한 창업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외국인이 창업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해외 벤처기업가를 위한 전용 비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에 대한 지방세를 감면하는 한편 인력과 투자자금도 지원해줬다. 그의 재임 기간에 창업이 활성화하고 해외 투자가 급증하면서 텔아비브는 중동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14~15일 이틀간 ‘시티서밋 텔아비브 2013’을 개최한 것도 역사가 100년에 불과한 신생도시 텔아비브가 어떻게 성장해 세계적인 도시가 됐는지를 알리고 세계 다른 도시들과 개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에는 서울을 비롯해 베이징, 도쿄, 런던, 뉴욕, 파리 등 세계 60개 주요 도시의 시장, 부시장 및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텔아비브가 세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며 “우리에겐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의 창조적 성과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뜻. 훌다이 시장은 “벤처기업이 늘면서 부자가 된 젊은이가 증가하고 도전정신이 확산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며 “하지만 이제는 그 성과가 시 전체와 이스라엘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숱한 성공신화가 만들어졌지만 그 열매를 누리는 사람은 아직 소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텔아비브엔 벤처창업으로 막대한 부를 움켜쥔 젊은이가 대거 등장했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한국에 많은 벤처기업이 있고 한국 정부가 젊은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안다”며 “벤처지원 정책으로 급성장한 텔아비브의 경험이 한국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텔아비브=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