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격이 더 비싸다고? 현대차 '오해와 진실'…아반떼·쏘나타 미국이 더 비싸
‘미국에선 한국보다 훨씬 싸게 판다.’ ‘수출용에만 스마트 에어백이 달린다.’

지난 15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받은 질문들이다. 현대차를 둘러싼 국내외 가격 및 제품 차별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나돌면서 상당수 사람들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된 오해 중 하나다.

◆현대차 미국이 훨씬 싼가?

꼭 그렇지 않다. 현대차의 주력 판매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 그랜저는 비슷하고 최고급 모델 에쿠스는 미국이 싸다. 세금을 포함한 주력 모델의 최종판매가가 한국보다 미국이 비싼 것은 그동안 미국에선 품질 개선을 바탕으로 ‘제값받기’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한국에선 내수 침체와 수입차 공세로 가격을 낮추는 등 ‘거품 빼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쏘나타 등 주요 차종 가격을 일제히 내린 후 새로 내놓는 신차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한·미 양국 간 차값을 살펴보면 아반떼(이하 풀옵션 기준)는 한국(1.6 프리미엄)에서 2370만원에 팔린다.

미국(1.8 리미티드)에서는 2899만원으로 한국보다 529만원 비싸다. 2014년형 쏘나타의 경우 한국(2.0 터보 프리미엄)은 3190만원, 미국(2.0 터보 리미티드)은 3663만여원으로 47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그랜저는 한국(3.3 셀러브리티)이 4453만원, 미국(3.3 단일 모델)이 4193만원으로 한국이 비싸다. 하지만 미국 모델에는 없고 한국 제품에는 있는 어라운드뷰모니터(360도 모니터링 시스템)와 어드밴스트크루즈컨트롤(첨단 정속주행장치) 등 사양 차이(234만원)를 감안하면 한국이 4219만원으로 미국과의 차이가 불과 26만원에 불과하다.

5000cc급 에쿠스는 한국(1억1260만원)과 미국(7949만원) 간 차이가 3300만원가량으로 많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세금을 감안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에쿠스는 미국에선 세금이 거의 없지만 한국에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차값의 20%가량이 세금으로 붙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고급 브랜드들도 자국보다 미국에서 싸게 판매한다”며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낮은 에쿠스가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저가 정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역에 따라 판매가를 차별화하는 것은 자동차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마케팅 정책”이라며 “국가별 차별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저가 정책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미국 모델에만 스마트 에어백이?

이 부분은 맞는 얘기다. 미국은 법규로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했다. 탑승자의 체중과 충돌 강도에 따라 폭발압력이 자동조절되는 첨단 에어백이다. 체구에 따라 에어백의 팽창력을 감소시켜주는 ‘디파워드(감압) 에어백’에서 진화한 제품이다.

하지만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한 곳은 세계적으로 미국이 유일하다. 법규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지, 한국 소비자만 역차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충호 사장도 전날 국감 답변에서 “에어백 차이는 국내와 미국의 법규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계 회사인 한국GM도 미국에 수출하는 경차 스파크에는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달지만, 국내 판매용에는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 두 제품이 기능상의 차이는 있지만 안전성 면에서 거의 같다는 게 한국GM을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어떤 에어백을 장착할지는 해당 국가의 법규나 기후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모든 나라에 가장 최신형 에어백을 장착하라고 강제하면 차값이 높아져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판매중인 상당수 고가 수입차들도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은 에어백 규제가 같다”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과는 다른 에어백을 집어넣는 일도 있지만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