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코치 - 사업 접는 크라운베이커리, 왜 경쟁에서 밀렸을까
[비즈&라이프] 파리바게뜨·뚜레쥬르 공세에도 '우유부단' 경영…변화 타이밍 놓쳤다

한때 베이커리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크라운베이커리가 25년 만에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 회사는 최근 “본사인 크라운제과에서 9월 말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 크라운베이커리는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던 1위 사업자였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와중에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맞으며 어려움을 겪은 데다 2000년대 이후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의 마케팅 공세에 밀리며 시장 3위로 내려앉았다. 매출은 2010년 548억원에서 2012년 296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손익에선 2008년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졌다. 보다못한 크라운제과가 지난해 12월 흡수 합병했지만, 9개월 만에 결국 손을 들었다.

베이커리 업계에선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다 정부의 신규 출점 제한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대대적인 혁신과 체질 개선이 없었던 게 패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오너가 출신 최고경영자의 대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가 경영자가 2006년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경기 불황 여파와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영이 악화돼 사업을 철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오너가에서 나선 것은 책임경영 차원이었다”며 “경영 능력의 문제보다는 2000년대 초반 투자 여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게 시장을 내준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시사포인트 1 변화해야 할 때 타이밍 놓치면 밀려나기 마련이다

부실 사업을 소생시키는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략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일단 사업이 부실해지면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기 때문에 변화의 동력을 마련하는 일조차 힘들어진다. 따라서 변화의 타이밍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즈&라이프] 파리바게뜨·뚜레쥬르 공세에도 '우유부단' 경영…변화 타이밍 놓쳤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이런 측면에서 턴어라운드 타이밍을 놓친 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1998년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외환위기 와중에 부도를 맞고, 경쟁업체인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그 시기가 개혁을 위한 결정적인 타이밍이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본격적으로 적자를 내기 시작한 2008년으로부터 10년 전인 1999년 무렵 변신을 위한 사업 개혁에 착수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만 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았고, 가맹점 수에서도 밀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개혁을 위한 자금 측면에서도 지금보다 한결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이냐 부분적인 개선이냐를 결정하는 것도 턴어라운드 전략에서 타이밍 다음으로 중요하다. 1990년대 말 이후 베이커리 업계는 보다 신선한 빵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공장에서 반제품 형태로 만들어 매장에서 구워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 고객을 잡기 위해 포인트카드가 도입되고 카페형 매장이 확산되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경우 부분적인 개선으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때 미국 유통시장을 지배했던 시어즈가 월마트에 뒤처진 결정적인 이유도 자동차 확산에 따른 쇼핑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분적인 개선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면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큰 부작용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이 결국 위기를 맞는 이유도 그동안의 부분적인 개선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 크라운베이커리도 뒤늦게 일부 매장 개선에 동참했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사업 규모를 일부 줄이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주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사포인트 2 최고경영자는 기업 경쟁력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비즈&라이프] 파리바게뜨·뚜레쥬르 공세에도 '우유부단' 경영…변화 타이밍 놓쳤다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는 ‘100년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세계 기업의 평균수명은 13년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단명하는 이유로 외부 요인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 실패나 학습역량 상실과 같은 내부 요인을 지적했다.

이러한 기업 내부 역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최고경영자(CEO)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에 혁신의 부재와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야후는 마리사 메이어를 CEO로 영입한 이후 2년 만에 하루 방문자 수에서 구글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CEO의 역량)어떤 사람이 최고경영자가 되느냐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족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 중 누가 더 나은 성과를 낼까. 기존 연구들은 가족 경영자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 운영과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기업문화 보존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전문 경영인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경영능력에서 더 나은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장세진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서 창업주와 2세 경영인, 그리고 전문 경영인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 창업주와 전문 경영인의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세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의 성과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록 창업주가 뛰어난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구었지만 2세, 3세 경영인이 동일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가운데선 경영권 유지를 위해 기업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없지 않다. 추가적인 자본조달을 포기하기도 한다. 100년 장수기업을 꿈꾼다면 경영 능력이 부족한 가족이 계승하기보다는 능력을 검증받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제빵업계 선두를 달리던 25년 전통의 크라운베이커리의 퇴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경영권에 대한 무분별한 집착은 점진적인 쇠퇴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어떤 기업도 무한 경쟁시대에 무한정 안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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