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격진료는 의료인들의 기회
정부가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서비스 분야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원격진료의 허용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반대가 심하다. 서비스 분야는 노동집약적이어서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정보기술(IT)과 정보화가 접목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원격진료는 우리 의료기술에 세계적 통신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격진료로 노인들의 만성질환을 방문 없이 진료할 수 있고, 원격진료로 얻어진 의료기록은 개인화 의료 및 정밀의료 기술을 통해 의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효과들은 당연히 의료부문에서의 혁신과 관련 기자재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가적으로도 의료산업이 새로운 주력 산업화하게 될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 인력이 과잉인 데다 불경기에 환자가 감소한 상태에서 시설이 우수한 중대형 병원 중심으로 원격진료가 이뤄지면 지역 병·의원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울한 의료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의료산업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우선, 고령화에 따라 의료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매년 평균 5개월씩 평균수명이 늘어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이에 따라 노인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0%에 달하고 있다. 둘째, 의료산업의 특성상 소득 증가에 따라 의료비 지출은 더욱 탄력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소득상승으로 의료비 지급능력과 지급의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의료비는 국민총생산의 7% 수준에 불과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0%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셋째, 국민의 의료보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소득이 상승함에 따라 생명 유지뿐 아니라 고통 없는 편안한 일상 생활, 개인들의 미용을 위해서도 의료비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고 있다. 이런 수요는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도 확대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생명 유지가 필수의료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의치나 장애보장구 등도 건강보험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음성적이지만 미용에 관련된 진료까지도 의료보험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어떻게 의료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합리적인 가격의 서비스 공급을 통해 충족시킬 것인가이다. 의료인들도 원격진료를 위협 요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30년 전 건강보험제도의 도입 이후 맞은 혁신과 시장의 기회로 봐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먼저 필수적인 원격진료를 보험적용 범위에 능동적으로 포함시키고 의료인들에게 정상 수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료비가 절감될 수 있음을 보여야 하고, 환자 만족도를 개선해야 한다. 원격진료의 가장 큰 수혜자는 공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동네병원을 기반으로 하는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진료 기록이나 원격기기들의 기록을 동네병원 및 의사들이 스마트기기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미뤄져 왔던 진료체계의 개혁을 가능하게 해서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낮출 수도 있다.

셋째, 의료시스템을 개인화하고 정밀화해서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규정하는 아날로그식 필수 의료로는 더 이상 의료만족도를 개선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고 더 나아가 투자개방병원도 허용돼야 한다.

환자가 진단하고 스스로 처치하는 프로슈머의 추세가 있기는 하지만 진료의 의료인 독점은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의료인의 진료독점권이 의료산업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또 상상력이 부족한 공공 의료만을 계속 고집해서 의료산업의 발전을 막는다면 한국은 세계적인 의료산업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고 70억 세계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큰 기회도 잃게 된다. 의료인들은 원격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환자들이 편안하고 장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