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와 유아인이 그리는 <장희빈>

여덟 번. 역대 장희빈이 영화·드라마화된 횟수다. 그만큼의 익숙함은 새로 시작하는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에는 약이자 독이다. 그래서인지 오는 8일 아홉번째 장희빈을 선보이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모습에서는 유독 강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한다. “이전의 작품에서는 장희빈에 대한 진정성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라며 “숙종과 장희빈의 방대한 분량의 사랑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해보려했다”는 연출자 부성철 PD는 기존의 표독한 장희빈이 아닌 강한 장희빈을 그리고자 했다고 전한다. ‘물감을 많이 써서 종이에 담아낸’ 파스텔톤 수묵화같은 멜로 드라마를 지향한다는 아홉번째 장희빈의 출사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제작발표회 현장에 나선 두 배우의 모습을 통해 가늠해봤다.

김태희 “지고지순하면서도 강인한 장희빈을 다시 그리고 싶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 : 사극을 선택했다. 그간 캔디같은 역할도 했었고 마냥 천방지축인 발랄한 인물도 해 봤지만 장옥정은 둘 다를 모두 지니면서도 인간미가 가미된 매력적인 캐릭터다. 힘든 환경을 딛고 일어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지고지순하면서도 강한 여인의 모습을 그리려고 한다.

그간의 장희빈은 너무 악녀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어 굉장히 표독스럽고 요부스러운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아역 분량이 2부까지 나오면서 어렸을 적 희빈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그로인해 어떤 성격을 지니게 됐는지가 잘 그려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과연 장희빈이 악녀였을까’란 생각을 품게 될 것 같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을 촬영 내내 했다. 그간 보여졌던 장희빈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김태희의 장옥정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쫓겨다니며 가족을 잃다보니 사랑이라는 감정과도 많이 멀어진 인물이다. 중인 출신의 아버지와 노비 출신의 어머니가 사랑했다는 이유로 힘든 삶을 살다 보니 옷을 만들면서 꿈과 열정을 찾아나가는 사람이다. 우연히 이순(숙종)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게 되지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확실히 표현하는 야성미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처절한 사랑하면서도 신분의 굴레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했던 여인의 삶이 ‘이유있는 캐릭터 전환’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 같다.

첫 사극이라 시청률 예상 질문이 가장 난감하다. 물론 욕심이 나지만 숫자보다는 연기 자체에 충실하고 싶다.

OST를 부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내가 부르면 다 동요가 된다.(웃음) 노래는 못해서 안 하기로 했지만 고생한 만큼의 흐뭇한 결과가 나온다면 개인적인 자리나 어디에서든 춤과 노래를 갈고 닦아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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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연인으로서, 왕으로서의 갈등에 집중했다”



유아인이 왕 역할을 한다 란 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캐릭터 선택부터가 내겐 큰 도전이었다. 나는 단지 ‘강한 왕’이 아닌 다양한 갈등을 지닌 인물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싶다. 세자 시절 사대부들에게 상처받은 나약한 모습부터 왕이 된 후 강인함을 품은 군주의 모습, 사랑에 빠진 인물의 이면까지 여러가지 표현을 기대해달라.

가장 끌렸던 점은 ‘왕’이라는 점이다.(웃음) 전작 사극에서는 자객(KBS ‘최강칠우’)과 유생(KBS ‘성균관스캔들’)이었는데 이번엔 왕으로 신분상승을 노려봤다. 연인으로서, 왕으로서의 내면 갈등이 이전에 그려졌던 숙종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구성 속에서 세밀하게 그려질 것 같다.

숙종은 나와 진취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주변인물들로부터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 숙종이 왕권 강화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많이 와 닿았다.

사랑을 쫓는 남자로서 숙종은 늘 갈등할 수 밖에 없다. 어제 촬영한 대사 중 “소자는 마음에 품은 정인과 평생 해로할 순 없는 것이겠지요”란 대목이 있었는데 그가 지닌 평생의 딜레마를 표현한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시청률로 볼 때는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30%가 넘으면 막춤을 춰서 트위터에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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