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천희

배우 이천희

배우 이천희

KBS 단막극 <한성별곡>의 양만오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건 2007년.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엉성천희’로 주말 안방의 주인공이 된 건 2008년. 그 후 4년이 흘렀다.

그 동안 그는 묵묵히 연기했다. 딱히 관객이 많이 든 영화도, 시청률이 대박난 드라마도 없었지만 꾸준했다. 결혼상대도 드라마에서 만났다.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 연인으로 출연한 배우 전혜진과 2010년, 혼인했다. 그리고는 또 연기였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역할,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단막극이든 조연이든 가리지 않았다. KBS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에 단골손님으로 출연했고, 영화 <남영동 1985>에 엑스트라로라도 얼굴을 내밀고 싶어 정지영 감독을 졸랐다. 지금은 또 그간의 결과는 다른 tvN 트렌디 드라마 <연애조작단 : 시라노>(이하 <시라노>)에 출연중이다. 필모그래피만으로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이천희와 직접 마주 앉았다.

Q. 요즘 <시라노>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에 유독 카메오가 많이 등장하던데, 보통 드라마와는 촬영장 분위기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천희 : 우선 많은 분들이 나와 주시니, 저희 입장에서는 고맙다. 매일 같은 사람들끼리 찍다가, (정)유미도 나오고, (이)광수도 왔다 가고…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서 좋다. 나도 그렇지만, 특히 수영 씨의 경우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연기 스타일을 보고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더라.

Q. 소녀시대 수영은 이번이 첫 연기 도전이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어떤가.
이천희 : 극 중 인물인 민영이처럼 연기도 거침없이 하는 것 같다. 사실 민영이란 역할은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캐릭터의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사랑스럽게 잘 표현해내더라.

Q. 그런데 민영이나 병훈(이종혁)에 비해 아직 승표라는 캐릭터는 많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천희 :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아, 초반에는 할 게 없겠구나’ 싶었다. 승표는 일단 연애조작단원이 아니고, 드라마 막바지에 가장 큰 의뢰를 함으로써 조작단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걸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내가 화면에 더 나오고 싶다고 조작단에 개입하면 극 자체가 무너지지 않나. 초반엔 ‘왜 승표는 병훈이를 싫어할까?’라는 궁금증을 던져주는 것까지가 내 역할이었다. 앞으로 내가 민영이와의 연애를 의뢰할 텐데, 그때부터가 <시라노>와 승표의 하이라이트다.

Q. 보는 입장에서 승표의 감정이 좀 모호하게 느껴진다. 병훈에 대한 복수를 위해 민영에게 접근하는 건지, 민영에 대한 사랑 때문에 병훈을 싫어하는 건지. 연기할 때도 헷갈리지 않나.
이천희 : 그렇잖아도 승표의 포지션이 좀 애매해서 감독님과 연기하기 전에 얘기를 많이 했다. 병훈에 대한 복수심이 먼저긴 한데, 그럼 민영을 이용하는 것밖에는 안되지 않나. 단순히 이용하는 게 아니라 민영에게도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는데…. 감정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쪽과의 관계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승표를 연기할 때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다.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Q.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과의 차별점은 어떤 부분인가. 승표는 사실 영화에 없는 캐릭터인데.
이천희 : 영화 생각은 많이 안 했다. 연애조작단이라는 콘셉트만 가져온 거지. 영화와는 달리 우리 드라마에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고, 각 에피소드의 느낌이 다양하다.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있고, 또 절절한 사랑도 있고. 촬영하면서 시즌제를 하면 괜찮겠다는 얘기도 한다. 사실 가장 큰 줄기는 ‘과연 연애를 조작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난 개인적으로 그건 진짜 연애가 아닌 것 같다. 시작까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사시키더라도, 연애하면서는 서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연애 방법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연애 후까지 다루기에는 분량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시즌제로 가면 어떨까 싶은 거다.

Q.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응답하라 1997>도 그렇고 <나인>도 그렇고 tvN 드라마의 강세가 돋보인다. 케이블 드라마의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천희 : 지상파와 케이블은 확실히 다르다. 나도 사실 지상파 드라마를 해오던 경험이 있으니까 케이블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지상파 방송국은 각각 색깔이 뚜렷한데 tvN 드라마의 색깔은 뭔지도 잘 몰랐고. 그런데 요즘들어 tvN만의 색깔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시라노>를 찍으면서 느끼는 건 소재나 표현 방식이 좀 더 자유롭다는 거다. 스태프 구성도 좋다. 이젠 점점 케이블과 지상파를 나누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좋은 매체가 많아지면, 우리 입장에서는 좋다.

Q. 2007년 출연했던 <한성별곡>은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이후로도 여러 단막극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사실 지금껏 출연했던 작품들의 시청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이천희 : <그대 웃어요>나 <한성별곡>은 시청률이 그리 높았던 작품이 아닌데, 아직도 그 작품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 시청률이 진짜 별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성별곡>은 찍고 나서도 완성도 높은 드라마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단막극 역시 삶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시청률보다는 의미를 따라가고 싶다.

Q. 그래도 시청률이 실시간으로 막 올라오는데, 부담이 있지 않나.
이천희 : 시청률에 연연하기 싫어서 단막극을 많이 하는 것도 있다.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드라마는 시청률이 극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확 느껴진다. 인물들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거나. 시청률 때문에 처음의 의도가 자꾸 바뀌는 게 그리 달갑지 않다. 영화 같은 경우도, 철저히 대중을 노리고 만들었는데 막상 개봉하면 흥행이 시원찮을 때가 꽤 있다. 어차피 대중의 요구에 100% 부응하는 것은 어렵고, 그럴 바엔 아예 신경쓰고 싶지 않다. 만약 내가 시청률에 연연했다면 벌써 연기를 그만뒀겠지. 난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남영동 1985>도 그렇고.

Q. <남영동 1985>는 본인이 직접 정지영 감독에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던데.
이천희 : 우연찮게 <남영동> 대본을 봤는데, ‘아, 그냥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색깔과 무관하게,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난 또 안기부 옆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더 충격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맡은 김 계장 역할에 캐스팅된 배우가 이미 있었는데, 그 분이 마침 연극 스케줄 때문에 하차하게 됐고, 거기 내가 들어갔다. 감독님은 날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켜 주시더라. 영화에 누가 될까 싶어 더 열심히 했다.

베우 이천희

베우 이천희

베우 이천희

Q. 결혼 발표 당시 충격 받은 전혜진 씨 팬들이 꽤 많았다.(웃음) 벌써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결혼생활은 어떤가.
이천희 : (전)혜진이는 학교 다니고 있다. 졸업반인데 애기도 어리니까 육아와 학교를 병행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연기활동은 아직 못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각오가 대단하다. 칼을 갈고 있다.(웃음)

Q. 실제 아내도 그렇고, <시라노>에 상대역으로 나오는 수영과도 나이 차가 꽤 많이 난다. 그럼에도 잘 어울리는 건 그만큼 동안이라 가능한 일 같은데. 본인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천희 : 그냥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 외모는 한쪽에 치우친 얼굴이 아니다. 잘생긴 애도 아니고, 못생긴 애도 아니고. 착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촬영감독님이 ‘넌 죽어도 멜로는 못하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한이 되더라. 그래서 멜로드라마 들어가자마자 그 감독님을 찾아가서 자랑했다. 나 멜로 한다고.(웃음)

Q. <패떴> 전까지만 해도 좀 무게 잡는 역할을 해왔었는데, 예능 출연이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갖게 해준 것 같다.
이천희 : 맞다. <패떴> 전까지는 좀 잘 웃고 풀어지는 역할이 하나도 안 들어왔었다. 너무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였다. 그런데 예능에 출연한 후에는 그런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하도 많이 들어오니까, 이젠 또 무거운 캐릭터를 하고 싶더라.

Q.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이천희 : 일단 <시라노>를 잘 끝내야겠지. 승표 역할 자체가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 재밌다.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면이 있는, 반전 있는 남자. 또 하고 싶은 건 남자다운 모습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다. <무정도시>(JTBC)에서 (정)경호가 연기하는 걸 봤는데 멋있더라. ‘상남자’를 연기해보고 싶다.

글,편집.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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