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조연출 찾기] '진짜 사나이'를 만드는 숨은 주인공들

조연출 : 박종화(왼쪽부터) 김태은 장승민 허항 김성진 오미경" /><진짜 사나이> 조연출 : 박종화(왼쪽부터) 김태은 장승민 허항 김성진 오미경

예능 PD를 꿈꾸며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방송국 PD공채로 입사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것은 너무 머나먼 일이다. 예능 PD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한 이들은 조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평균 5~6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과거에는 4년이면 입봉 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점점 더 늦어지는 추세다. 의사라고 치면, 일종의 레지던트 생활을 거치는 것과 같다.

조연출들은 연출과는 달리 현장 보다는 주로 편집실에서 낮과 밤을 보낸다.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들을 더욱 맛깔스럽게 살려주는 자막이나 CG 등을 작업하는 것도 다 조연출의 몫이다. 어떤 이들은 연출과 조연출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연출 기간 동안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대한 감을 익히면서 실무에 대한 감각을 찾아간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조연출들을 텐아시아가 차례로 쫓아가보았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MBC 드림센터 <일밤> ‘진짜 사나이’(연출 김민종 최민근)의 편집실이었다. 총 6명의 조연출들은 각자 배정받은 5평 남짓한 편집실에서 일주일 내내 편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김성진(7년차), 허항(6년차), 오미경(6년차), 장승민(4년차), 박종화(2년차), 김태은(입사 2개월)이 바로 ‘진짜 사나이’의 조연출들이다.

‘진짜 사나이’는 요즘 대세라는 관찰 예능. 제작진의 개입과 가공된 설정이 최소화된 일종의 CCTV형 예능이다. 서경석, 류수영, 김수로, 손진영, 샘 해밍턴, 장혁, 박형식 등 총 7명의 멤버들이 한 달에 한 번 4박5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군부대에서 보내는 일상을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시간으로 따지면 120시간인데, 같은 시간이라도 멤버별로 흩어져 촬영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니 그 이상이 된다. 이런 방대한 분량을 촬영한 것을 편집하는 것이 바로 조연출들의 몫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분량이 많은데다, 대본도 있지 않은데다 미리 설정된 상황도 최소화돼있어 편집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결정되고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프로그램의 수장인 기획 PD(CP)와 메인 PD들의 전두지휘아래 조연출들은 일사분란하게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나간다.

“조연출이 6명이나 있다 보니 한 번 밥을 먹으러 가도 밥값 사이즈가 커요. 시사 한 번을 해도 방이 꽉 차고요. 일은 힘들죠. 한 번 편집실 들어가면 잘 나오질 못해서 예능국 안에서도 고립된 느낌인걸요. 하지만 우리 6명끼리는 가족보다 더 돈독해요. 조연출도 프로그램 따라 간다는 게, 우리 역시도 소중한 전우 같은 느낌이에요. 한 명이 낙오하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에게 그 업무가 떨어져 서로를 챙기게 되는 것도 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촬영분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돌려봐야 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체크해야 한다. 여기에 삽입될 자막도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디테일하게 봐야하죠.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주시해야 해요. ‘진짜 사나이’의 경우 카메라 사각지대가 거의 없기도 하고, 또 현장에서 오히려 보지 못한 것들을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다 관찰하게 되니까 실제로 출연자들과 소통이 없어도 캐릭터를 잡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요.”

쪽방처럼 좁은 공간에서 일주일 내내 과중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이들은 그래도 표정이 밝았다. 언젠가 자신도 메인 PD 선배들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희생해야 할 부분은 있다. 누구는 신혼이지만 거의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크다고 말하고, 또 누구는 고립돼 있다 보니 이제는 ‘연애 포기자’가 됐다며 한숨짓기도 한다. 그래도 “‘진짜 사나이’ 재밌게 봤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으면 피로가 씻긴단다.

그러나 이 부분은 메인 PD가 돼도 별반 다를 것 없는 현실이기는 하다. 남들은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 집에서 쉴 수 있고, 주말에도 명절에도 여름휴가 때도 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시간에 제공되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쉴 새 없이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도 방송가 사람들은 “우리의 일은 그 자체가 웃음이 된다. 하루하루를 고생하고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버틸 수 없겠지만, 그 하루하루의 업무는 우리에게도 웃음이 되기에 이런 고된 업무가 스트레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웃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 그 이유 때문에 어쩌면 이들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글, 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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