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핵심인재 '블랙홀'
골프용품·보험·방위산업까지 올 12조 딜 중 44%에 관여

상위 10곳이 66% '빈익빈 부익부'
소수인력이 수십조 기업들 '관리'…내부통제 약해 리스크 관리 우려
16개 기업, 고용인원 7만858명, 총 매출 24조5000억원. 34명의 투자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매출 기준 재계 16위권 규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다른 재계 오너처럼 기업을 계속 소유하지 못한다. 자본시장법상 15년이 한계다. 하지만 기업을 파는 것만큼 다시 사들인다. 이런 ‘구매력’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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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쥐락펴락’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본사 임원들은 한국을 수시로 찾는다. 기업을 사고팔 때 자문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서다. 최근 이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가 MBK파트너스다. 바클레이즈는 ING생명 인수합병(M&A)을 자문한 대가로 200억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기업에선 절반인 100억원도 받기 어렵다. 국내외 M&A 정보가 대형 PEF에 집중되는 주요 배경이다.

펀드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빌려주는 국내 연기금, 시중은행들도 사모펀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통상의 ‘갑을 관계’가 모호해지는 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기 위해 김병주 MBK 회장을 만나려는 사람이 줄을 섰지만 은행장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을 ‘제2의 박현주’(미래에셋그룹 회장)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국내 M&A시장에서 PEF가 관여한 딜 규모는 2008년 3조2000억원(14.2%)에서 지난해 7조9000억원(27.5%)으로 2.5배 급증했다. 올해는 전체 12조8000억원 중 5조7500억원(44.8%)의 M&A에 PEF가 관련됐다. 업종도 다양하다. 골프용품(아큐시네트), 보험(동양생명), 방위산업(LIG넥스원), 엔터테인먼트(로엔), 음식업(놀부), 제약회사(한독약품) 등에서 PEF들이 1, 2대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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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전문화로 활로

M&A시장에선 경쟁자였던 국내 대기업들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각종 규제와 경제 민주화 논리 등으로 발이 묶인 대기업의 활동이 뜸해진 사이 급속히 덩치를 키웠다. 대기업은 인수는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매물을 내놔야 할 처지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지주회사법상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 매각했다.

동부그룹이 알짜배기 물류 자회사(동부익스프레스)를 팔기로 한 것도 채권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라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해법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독과점, 금산분리, 지주회사법 등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는 사모펀드의 ‘그늘’이다. 지난 7월 말 국내 전체 PEF 약정 규모는 42조3000억원. 146개 운용사 중 상위 10곳이 전체 약정액의 65.9%(27조7000억원)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활로’를 찾기 위한 PEF 운용사들의 전문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1위 운용사 MBK는 대형 바이아웃 딜에 집중한다. 스틱, IMM PE는 벤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 투자자산) 투자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대제 대표가 이끄는 스카이레이크는 정보기술(IT) 분야 M&A에 독보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미래에셋PE의 특기는 해외 바이아웃이다.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골프용품 제조사 아큐시네트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미국계 커피체인점 커피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능력 시험대에

하지만 급속한 성장 탓에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높다. 20~30명에 불과한 직원이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시각이 나온다. 대기업, 금융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 시장, 언론의 견제, 감시 수위가 낮다. 내부 통제 시스템도 약하다. MBK, 스카이레이크 등 일부 운용사는 한 명의 창업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칼라일 관계자는 “해외 대형 PEF들은 여러 차례 회사 매각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를 했는데 ‘출구’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경우도 많다. MBK는 C&M, HK저축은행, 테크팩솔루션 등 3개 기업 매각에 애로를 겪고 있다. 보고펀드도 동양생명 매각에 실패했다.

좌동욱/박동휘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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