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코치
신흥국發 제2 금융위기 징후…기업들 재무리스크 최소화 전략은

27% - 국내 상장사 1500곳 중 400여곳 부실위험 경고
[비즈&라이프] 위기땐 금리부담 있더라도 현금부터 확보해야

글로벌 기업구조조정 자문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최근 기업부실 위험을 분석하는 자사의 조기 경보 모델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상장기업 1500여곳 가운데 27%인 400여개사가 ‘부실 경고(on alert)’ 단계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에 달하는 150여개사는 줄잡아 1년 이내에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에 처할 수 있는 ‘부실화 고위험 상태(high risk)’라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조선·해운, 금융, 문화·레저, 비즈니스서비스, 건설·부동산 분야의 부실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최근 자금 흐름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업황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미 회사채 시장에서 제대로 돈을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8월26일까지 신용등급 BBB등급 아래인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도래액은 3136억원이었지만, 차환 또는 신규 발행된 금액은 1235억원(39%)에 불과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만기도래액보다 발행액이 많았던 것과 비교할 때 확실히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위기 우려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정책을 연내 거둬들이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장기간의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추락한 마당에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하나 둘 비상등이 켜지면, 기업으로선 캐시플로를 꼼꼼히 챙기면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또다시 밀려드는 위기의 징후를 고려한 재무관리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코칭포인트1
단기부채 줄여라…그리고 부동산 처분하라

25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신흥국에서 달러가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해온 양적완화 정책을 마감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이외의 신흥국에 투자됐던 외국계 자금이 급속히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자금을 빌려준 외국계 은행이 부실해진 장부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 등의 기업대출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의 원인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를 사용해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고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강제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부채비율을 낮게 가져가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피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 외화자금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기자금이 장기자금보다 이자율이 낮으므로, 큰 돈을 빌리는 기업으로선 0.1%라도 금리가 낮다면 단기나 장기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독약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뉴코아백화점은 1997년 부도가 나기 전까지 창업 15년 만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 유통업계의 성공신화였다. ‘제2의 월마트’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뉴코아가 몰락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자기자본 없이 은행에서 대출해 지방 도시와 신도시 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데 있다. 즉, 단기부채를 이용해 과다한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는 무조건 이자율을 좇아서는 안 되며, 부동산 같은 장기자산 투자엔 장기자금을 사용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또 단기부채가 많은 기업은 위기 전이를 염두에 두고 재무구조 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기부채를 장기부채로 전환해야 한다.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이 있다면 하루빨리 매각해 단기자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게 리스크 최소화의 기본이다. 회사채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고려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지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존이다.

코칭포인트2
자산의 15%를 현금화하라

위기 때면 현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매출이 감소하고 현금흐름이 축소되더라도 고정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현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현금 보유 등 단기유동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충분한 여유자금을 확보한 덕분이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그때는 돈가뭄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총자산의 15% 정도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제위기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경영성과가 예상보다 좋지 못하면 현금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고, 경영성과가 예상보다 좋으면 현금으로 경쟁사를 인수합병(M&A)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금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시점이다.

따라서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아도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 여유자금을 준비해두는 것도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자 부담이 생기지만 미래 재무 안정성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칭포인트3
외화 부채는 상환하고 헤지를 하라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엔화나 달러화를 빌리는 것은 지양해야 할 기업의 관행이다. 과거 종합금융회사들은 일본에서 연 3%의 저리자금을 단기로 빌려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9%의 이자율로 장기 대출을 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를 했다. 그러나 위기 때 장기 대출금은 회수하지 못하고 단기 외화차입금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결국 부도가 났다. 위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외화자금 활용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비즈&라이프] 위기땐 금리부담 있더라도 현금부터 확보해야

그리고 기존의 외화 부채도 가급적 원화 부채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원화 부채의 조달도 쉽지 않다면 통화옵션이나 선물 등을 활용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환헤지는 환율이 급등할 경우 갚아야 할 원화금액이 많아지지만, 통화옵션이나 선물의 가치도 올라 외화 부채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통화옵션이나 선물로 만회하는 전략이다. 위기가 다가오면 영업에서 수익을 내도 흑자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즈&라이프 자문위원 신현한 연세대 교수, 경영대·재무관리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