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캐피탈·운용·생명 매각…대우證은 유보
선박公 설립 무산…정부안 국회통과 만만치 않을 듯
[산은·정책금융公 재통합] 통합 산은, 정책금융 총괄 '컨트롤타워'로

정부가 27일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분리된 지 약 5년 만에 외형상 원래대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는 정책금융공사가 설립 취지와 달리 산업은행과 여전히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해외업무를 확대하면서 수출입은행과도 마찰을 야기해 왔다는 점을 통합의 이유로 거론했다. 또 근본적으로는 분리 당시와 달리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로 정책금융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꼽았다.

정책금융공사 노조는 정부가 정책금융의 시장마찰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자금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을 배제한 채 힘센 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통합 산은’이 국내 정책금융 총괄


정부는 산은·산은지주·정책공사가 합쳐지는 ‘통합 산은’으로 국내 정책금융기능을 단일화했다. 통합 산은은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해 온 역할에 정책공사로부터 벤처투자, 온렌딩(민간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간접대출제도) 등의 업무를 넘겨받는다.

하지만 ‘다이렉트 뱅킹’ 같은 소매금융 업무는 고객 불편을 야기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된다. 기업은행의 소매금융 비중도 차츰 줄이기로 했다. 김정각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기업은행이 가계대출을 늘리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아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산업은행 민영화는 중단되지만 정부는 통합산은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열어 뒀다. 그러나 ‘IPO를 이번 정부 내에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현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 매각대상에서 대우증권 빠져

정부는 대형 정책금융기관의 출범으로 민간영역과 마찰이 커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자회사 매각으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대상은 KDB캐피탈·KDB자산운용·KDB생명 등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기능과의 연계성 등을 감안해 당분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고 사무처장은 “대내외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등 시장안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대우증권의 기능이 당분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기수출보험, 민간기업에 개방


한때 통합 가능성이 점쳐졌던 대외 정책금융 부문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로 이원화된 현 체제가 유지된다. 중소기업들은 두 기관이 통합되면 수출 지원이 축소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금융위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1국 2수출신용기관(ECA)’ 체제를 가져가되 핵심 기능을 ‘개도국 수출지원’과 ‘중장기·대규모 해외건설 및 플랜트 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책공사의 해외 업무(대출 및 투자 약 2조원)는 수은으로 이관한다.

비핵심 업무는 대폭 축소된다. 정책금융기관 여신에 대한 무보의 신규 지원이 중단되고, 수은의 단기대출 비중은 작년 77%에서 2017년까지 40% 이하로 축소된다. 무보가 독점해온 단기수출보험 시장은 민간 보험사에 개방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통상마찰 소지가 커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은 무보 산은 등에 있는 선박금융 관련 조직과 인력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양금융 종합센터(가칭)’에서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해운보증기금 역시 통상마찰 가능성을 감안, 민간재원을 50% 이상 투입해 설립하는 방안을 연구 용역 등을 통해 검토키로 했다.

◆‘정부 안’ 국회 통과 여부 유동적


산은과 정책공사가 실제로 통합되려면 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돼야 한다. 금융위는 민영화 관련 조항 등을 수정하기 위해 산은법 전부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 등 부산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요구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사실상 백지화된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어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장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기 어렵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주장하며 금융위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이 정책금융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연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진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산은·정책공사 재통합 모두 정부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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