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국산차를 위협하는 것은 오래전 얘기이자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국산·수입 가리지 않고 자동차를 전방위로 공격하는 거대한 공룡이 있다. 뭐든지 집어삼키는 괴물 같아서 상대가 짖을 기세마저 갖지 못하게 만든다. 문어발처럼 가지 못하는 곳도 없다. 바로 대중교통이다.

전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대중교통의 확산은 아이러니컬하게 자동차 증가에서 비롯됐다. 도로가 정체되고, 길 위에 낭비하는 기름만 한 해 수백억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자동차는 연평균 4.1% 증가한 반면 도로증가율은 1.8%에 그쳤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자동차만 넘쳐난 형국이다. 게다가 추가로 개설할 도로마저 부족하고, 간신히 뚫어 놓으면 언제 개통했냐는 듯 혼잡이 벌어지기 일쑤다.

결국 대안은 한 가지로 모아졌다. 자동차 이용이 불편하도록 운행 규제를 내세우는 대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대중교통이 이동의 편리함을 준다면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대책은 주효했다.

시속 100㎞에 머물던 기차 속도가 300㎞까지 오르자 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까지 가려는 사람이 줄었고, 자동차 나눠 타기(카 셰어링)도 적극 권장됐다. 그리고 자동차 운행거리가 줄자 ‘굳이 자동차가 필요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직접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운전 자체가 싫다는 사람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었다. 운전에 쏟아붓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스마트 기기 보급으로 이동 중에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운전은 시간과 노력 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구입 순간부터 매년 내야 하는 세금, 보험료도 부담이다. 미국과 일본의 20대 운전면허 취득자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즐거움을 주던 자동차가 점차 거추장스러운 기계로 바뀌어가는 셈이다.

수요 감소는 20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급격한 노령화 또한 자동차 수요 감소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50~60대의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는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의 자동차 수요는 앞으로 증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지원 측면에서 도입된 것 가운데 하나가 선불식 교통카드다. 일정액을 충전한 후 단말기에 스치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환승 할인 혜택이 있어 이미 보급된 것만 1억장이 넘는다.

그런데 요즘 교통카드가 말썽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호환카드를 새로 도입하면서 기존 교통카드의 호환을 막을 태세여서다. 어떤 교통카드를 소지하든 전국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게 상식인데, 별도의 호환카드를 만들겠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추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교통카드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사용하느냐다. 그게 바로 정부정책의 상식이 아닐까 한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