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전거
최초의 자전거는 1791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두 개의 나무바퀴가 달린 목마 형태였는데 방향 조종도 안 되고 양발로 번갈아 땅을 밀고 나가는 약간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페달 달린 현대식 자전거가 나온 것은 1860년대 들어서다. 1867년 파리의 한 신문에 페달식 자전거 광고가 실렸는데 이때부터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국에 자전거가 전해진 것은 1890년대 개항과 더불어 서양 문물이 들어올 때라고 한다. 대중에게 자전거를 널리 알린 사람은 일제시대 자전거 영웅 엄복동이었다. 1910년부터 1932년까지 크고 작은 자전거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각종 유행가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자전거가 국내에 들어온 지 120여년. 자전거 열풍이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에 이어 ‘자여족’(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까지 급증하면서 자전거 시장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판매량만 200만대로 자동차(154만대)를 앞섰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00만대를 넘겼다고 한다. 이미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인구는 올해 말까지 1200만명도 돌파할 기세다. 2005년께 1000억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원을 넘어 3~4년 뒤에는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자전거는 1970~80년대만 해도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에서는 짐자전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짐자전거는 하중에 견디기 위해 각종 강재를 보강해 보기에도 육중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레저용이 대세인 요즘 최대 화두는 자전거 ‘다이어트’다. 어떻게든 무게를 줄여 라이더의 부담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과거 강철에서 요즘엔 알루미늄 티타늄 카본 등으로 소재가 바뀌면서 경량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로드바이크는 6~7㎏대가 흔하고 산악자전거도 10㎏ 이하 가벼운 것이 많다. 그러나 400~450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탓에 무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전거 무게 1㎏ 줄이는 것보다 라이더가 체중을 빼는 게 더 쉽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자전거가 사랑받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구릿빛 다리 근육을 뽐내는 마니아가 급증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젊은이들 중에는 자전거로 아예 세계 여행에 나서는 용감한 이들도 많다.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까지 분다. 자전거 마니아들의 발이 다시 근질근질해질 시즌이 왔다. “자전거를 사라. 살아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마크 트웨인)라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이번 가을엔 자전거 하나 장만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