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수급대책 전부 동원…추가 고장땐 최악상황

막바지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 한빛 6호기(발전용량 100만kW)가 21일 오후 고장으로 돌발 정지하면서 전력수급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지난 12∼14일 산업계와 국민 절전 노력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발전기 돌발 정지로 다시 긴박한 비상상황에 돌입한 것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1일 전력 유관기관장을 불러모아 전력수급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으로 정지하더라도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한빛 6호기가 갑작스레 가동을 멈춘 시각은 이날 오후 2시 44분.
1시간 10분 전 예비전력이 450만kW 아래로 떨어져 수급경보 1단계인 '준비'가 발령된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100만kW급 발전기 정지로 7천800만kW 안팎의 공급능력은 순식간에 7천700만kW 아래로 떨어졌고 급기야 오후 3시 28분 순간 예비력 350만kW마저 붕괴돼 수급경보가 2단계인 '관심'으로 떨어졌다.

올여름 들어 관심 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6월 5일과 이달 9일에 이어 세 번째다.

하루 중 전력수요가 최고치에 달하는 피크시간대(오후 2시∼5시) 발생한 돌발 상황이라 전력당국도 향후 전력수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준비 경보 발령 뒤 각종 수급대책으로 예비력이 500만kW에 근접하던 중이라 안심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발전기 정지로 비상업무에 돌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력당국은 기존에 시행 중이던 절전규제(280만kW), 산업체 조업조정(135만kW), 전압하향조정(73만kW), 민간자가발전기 가동(37만kW), 선택형 피크요금제(10만kW) 등 수급대책에 더해 오후 4시부터 지능형 수요관리(9만kW)를 긴급 투입했다.

아울러 전력수요가 또 한 번 치솟는 오후 5시부터는 석탄화력발전소 최대출력(47만kW),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가동(10만kW) 등의 비상대책까지 동원됐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발전기 추가 정지가 없다는 전제 아래 상시·비상수급대책 시행으로 일단은 예비력 400만kW 이상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행여나 발전기 1대가 추가로 가동을 멈춘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비력이 250만kW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300만kW 밑에서 10분 이상 지속하면 수급경보 3단계인 '주의'가 내려진다.

현재로서는 가용한 수급대책을 거의 모두 동원한 상태라 추가로 전력을 확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결국 최악의 경우에는 '순환단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22∼23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여 한시적으로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내달 중순까지 늦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예보된 상황에서 한빛 6호기 가동 중단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력당국의 수급 계획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