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 수정안을 내놓은 데 대해 정치권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중산층 증세 문제가 급한 대로 일단 수정됐다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보완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당초 중산층 세금폭탄이었던 것에서 숫자 몇 개만 바꿔놓았을 뿐이라며 MB정부 때 낮췄던 법인세부터 다시 올릴 것을 요구하는 등 공세가 거칠다. 세제개편이 국회에서 어떤 괴물로 둔갑할지 예측불허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골자로 한 자체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려는 모양이다. 법인세율은 현행 최고 22%(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에서 25%(과세표준 500억원 초과)로 올리고, 현행 3억원 초과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부자증세다.

결국 보편적 복지를 징벌적 증세로 하자는 얘기다. 그렇지만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보듯 보편적 복지비용은 극빈층을 제외한 국민들의 보편적인 납세를 통해 부담하는 것이 오래전에 합의돼 정착된 룰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세계적인 추세다. 1%를 희생양 삼아 99%를 면책시키겠다는 발상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민주당도 중산층을 포함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미 길거리에 나가 세금폭탄 운운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터다. 일부 시민단체들조차 중산층도 일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무상복지의 원조가 민주당이다. 증세-복지는 어차피 충돌이 불가피했던 사안이다.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보편적 증세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민주당이 솔직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