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국세청 전직 고위급 간부에게 세무조사 추징금 무마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은 구속수감 전 지난달 말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두한 모습(사진: 김용진 기자)


檢, 전군표 전 국세청장 출국금지…소환조사 예정
허병익 前 차장 '고대출신'…CJ 비자금 정관계 유입설도



CJ그룹 세무조사 청탁 비리사건 조사로 국세청 안팎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특히 이 문제로 국세청장 직무대행까지 맡았던 전직 국세청 차장이 구속되고, 전직 국세청장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세무비리 척결 등 조직쇄신에 나선 국세청 조직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세무조사에 따른 수천억원 대의 세금 추징액을 무마하려는 목적으로 CJ그룹 관계자가 건 낸 30만 달러와 고가 명품시계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지난 26일 전격 구속, 고강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허 씨를 상대로 CJ 측에서 뇌물을 받은 이유와 금품이 오간 경위 등과 관련 집중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연루설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전 씨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 '3500억'…천문학적 세금 왜 부과 안했나? = 검찰은 지난 2006년 국세청이 CJ그룹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이 가능했던 천문학적인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않았다는 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 상황이다.


당시 기획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이재현 회장의 주식 이동과정을 중점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약 3500억원 상당의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었는데, CJ그룹 측이 당시 법인납세국장이었던 허 전 차장에게 접근해 세금추징을 무마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허 씨가 고려대 동문인 CJ그룹 신동기 부사장(현재 수감 중)으로부터 미화 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억)를 받았고, 이를 명목으로 이 회장과 전 前 국세청장의 회동을 주선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허 씨에게 뇌물이 제공된 뒤, 이 회장과 신 부사장, 전 씨, 허 씨 등 4명이 서울시내 한 호텔식당에서 회동하고 이 자리에 개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까르띠에, 프랭크 뮬러 시계가 2명의 국세청 간부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허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명품 시계를 받은 사실은 일부 시인했지만, 그 이전에 받은 미화 30만 달러는 전 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일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전 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모두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대 국세청을 주름잡았던 주요 인사들이 3억원으로 3500억에 달하는 천문학적 세금을 의도적으로 무마시켜 준 것과 다름없는 충격적인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다.


국세청은 현재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직인사들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수사 진행단계에서 입장을 밝히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 2008년도 의혹의 중심…CJ, 뒤늦게 세금 낸 이유는? = 검찰은 허 씨가 법인납세국장 이후 2007~2009년 사이 조사국장, 국세청 차장, 청장 직무대행 등 주요보직을 역임하면서 추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실제로 CJ그룹은 2008년에도 거액의 차명재산 등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아 1700억원의 세금을 ‘자진 납부’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허 씨 외에 국세청 고위직들의 영향력이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진 납부한 세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매각대금의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였고, 포탈금액이 법령상 의무적인 검찰고발 대상인데도 국세청이 눈을 감아줬다는 점에 대해 검찰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CJ그룹 측이 국세청 외 정관계 핵심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미 검찰은 지난 조사과정에서 CJ그룹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A씨에게 수억원대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명박 정권 핵심실세로 분류되며 차관 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문제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5년)가 지난 사건이어서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CJ그룹이 2009이후 케이블 시장에 독과점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도 현재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수사의 중심이 국세청에 있지만, 이번 사건이 언제든지 정관계 'CJ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조세일보 / 유엄식 기자 usyoo@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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