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만 20년을 맞은 금융실명제에 대해 금융거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CJ그룹 비자금 사건 등 차명계좌와 관련된 논란을 예로 들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실명제가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실명제 도입은 대단히 획기적인 금융사의 전환점이었다.

반대세력이 굉장히 많은데도 실행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부패의 고리를 끊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금융거래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도 금융실명제의 핵심 중 하나인데 최근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가 수사에 남용돼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차명계좌 금지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차명계좌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한국은 금융거래 규모가 1천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추적조사를 한다.

한국은 금융거래 부패에 관해 너무 관대한 것 같다.

반면 미국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도 기준을 더 엄격히 해야 크고 작은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금융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에서 불거졌듯이 차명계좌와 돈세탁을 어떻게 투명하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 남은 과제다.

최근에는 5만원권으로 비밀리에 재산을 모으는 수법이 많아졌다.

이처럼 시대 변화로 새로 대두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금융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

제도와 무관하게 의식 면에서도 금융거래 성숙도가 높아져야 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원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차명계좌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너무 엄격히 차명계좌를 금지하면 제도의 합리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동문회, 부녀회 등 각종 친목모임 회비 관리에서부터 가족 간의 일상적 거래와 자녀 명의 통장 등이 모두 차명거래로 분류될 수 있어 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

차명거래의 경우 처벌 범위를 늘리기보다는 가중 처벌을 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

탈세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적당한지도 외국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탈세를 중죄로 다스린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하다면 처벌 강도를 높이는 쪽도 고려해야 한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
금융실명제는 거래 투명화, 실명거래 등의 측면에서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도 부족한 면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행법이 차명계좌에 대한 내용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법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법의 취지에 반하는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야기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라도 차명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참여연대도 입법청원을 할 예정이다.

부동산도 실명으로 거래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되고 있다.

실명거래를 한다고 불편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부당하게 이용하는 사람을 단죄해야 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금융실명제는 사회 인프라로서 미친 영향이 크다.

거래의 투명성, 계약관계 명확성, 세수증대 등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는 단순하지 않아 전면 금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있다.

차명거래에 관해 접근 가능한 정보가 없다.

조사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기관도 정확하게 관측을 못한다.

차명계좌 전면금지에 따른 장점과 단점 중 어느 것이 더 클지 판단할 수가 없다.

차명계좌를 금지한다면 선의의 차명계좌와 범죄형 차명계좌를 구분해야 한다.

조세포탈, 기업·정치인 비자금 형성 등 범죄형 차명계좌를 없애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주택청약 등을 들어준다든지, 계 모임용 통장 등 범죄성이 없는 차명계좌는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구분이 쉽지 않다.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하면 기준을 세밀하게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방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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