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단독 추대 -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8월 21일 총회서 최종 확정

두산그룹 경영능력 검증…소비재→중공업 변신 주도
오너 권위 버린 SNS 스타…트위터 팔로어만 16만명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8)의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 회장 추대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CJ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은 손경식 전 회장이 지난 9일 물러나자 재계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박 회장을 꼽았다.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데다 신망까지 두터워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을 아우르는 종합경제단체인 상의 수장으로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룹 체질 개선으로 능력 검증


두산 체질 바꾼 50대 수장…大-中企 난제 풀 구원투수로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능가하는 실무 능력을 갖춘 오너 기업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두산 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바닥부터 실무를 익혔다. 1982년 두산건설에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음료 동양맥주 (주)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박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다. 그는 오비맥주 등 주력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면서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또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두산밥콕) △2007년 미국 밥캣(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두산스코다파워) 등 1998년부터 17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두산은 맥주 등 소비재에서 중공업·기계 등 산업재 중심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10%대 초반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60%대로 높아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M&A로 공격적 경영을 펼쳤지만 그룹 회장이 된 뒤에는 내실 위주로 그룹을 이끌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5억달러 영구채 발행 등 선제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9년 서울상의 부회장이 된 이후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회장단 회의에 꼭 참석하면서 상의 업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재계는 두산의 체질을 변화시켜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온 박 회장의 역량에 비춰볼 때 ‘준비된 50대 재계 수장’으로 한국 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소통 리더십 기대

두산 체질 바꾼 50대 수장…大-中企 난제 풀 구원투수로

‘경제민주화’ 바람 등으로 재계에서는 소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상의 회장 역시 회원사들을 잘 이끄는 것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박 회장은 재계의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 경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광고 카피를 만든 이가 바로 박 회장이다.

그는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소통에 힘써왔다. 박 회장은 대기업 오너 회장이라는 권위를 벗어던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의 스타가 됐다. 직원들에게 외상 냉면값을 빌리고, 출근하기 싫어하는 직원에게 차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글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16만명이 넘는다.

또 직원들을 위한 음악콘서트를 마련해 자신이 직접 사회를 맡고 매년 대학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인재를 구하는 ‘최고경영자’의 모습은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두산이 내부적으로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을 없애고, 점수에 따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인사 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박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에 주주와 종업원의 이익 극대화 이상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라며 “소통을 강조해온 박 회장이라면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 등 재계 현안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29일 오후 서울 장충단로 두산타워를 찾아 박 회장에게 “만장일치로 차기 상의 회장에 단독 추대됐다”고 전하며 수락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상의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회원기업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므로 ‘수락’이라는 권위적인 용어는 맞지 않고 하루이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상의 측은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박 회장이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조만간 공식 수락 답변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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