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회장님 차’로 통한다. 기아차 K9은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쯤으로 포지셔닝돼 있다. 에쿠스와 체어맨 경쟁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쌍용차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기술을 제휴해 플래그십(기함) 대형 세단 체어맨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2년 뒤인 1999년 일본 미쓰비시와 손잡고 개발한 에쿠스를 출시, 맞불을 놨다. 그 후 14년 동안 두 모델은 국내 최고급 대형 세단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화려한 편의사양과 최고급 인테리어, 강한 성능으로 무장한 에쿠스와 체어맨을 차례로 타봤다.
에쿠스
에쿠스
○날랜 몸놀림과 정숙성 돋보이는 에쿠스

‘에쿠스 VS380 익스클루시브’에는 3778㏄짜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배기량이 체어맨보다 약간 크지만 출력은 334마력으로 80마력 높다. 운전을 해보면 대형 세단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t에 가까운 육중한 차가 여유 있게 뛰쳐 나갔다. 날랜 몸놀림은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대형 세단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었다.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승차감도 완벽했다. 편안하면서도 요철을 지날 때 출렁임을 잘 제어했다. 정숙성은 유럽 명차들과 비교해 봐도 우수했다. 디자인도 한층 성숙해졌다. 이전 모델에는 크롬 도금이 지나쳐 ‘블링블링’한 느낌이 과했지만 이번에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치면서 이 부분을 얌전하게 다듬었다.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해졌다.
체어맨
체어맨
○승차감과 화려한 옵션 인상적인 체어맨

시승차는 ‘체어맨W CW700 4트로닉 보우(BOW) 에디션’이었다. 이름이 길지만 나름 모두 의미가 있다. 3598㏄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한 최고출력 250마력짜리 4륜구동 차다. 보우 에디션은 스코틀랜드 보우사의 최고급 가죽시트를 적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승기] 주행 안정성 탁월한 '에쿠스' vs 중후한 승차감 '체어맨'
체어맨은 외관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는 없지만 내부는 보다 역동적으로 발전했다. 가죽시트는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했다. 앞좌석에선 8인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를 통해 DMB 시청과 음악감상을 할 수 있다. 전동식 확장형 3단 레그 레스트까지 장착돼 있어 뒷좌석은 비행기 1등석을 방불케 했다. 한 번 앉으니 일어나기 싫었다.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 묵직했다. 하체에는 안정감이 전달됐다. 250마력의 출력으로는 2t이 넘는 차량을 끌고 나가기엔 다소 부족한 것 같았지만 달리기보다는 편안한 이동에 중점을 둔 차인 만큼 무리는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눈길, 빗길도 두려움 없이 달릴 수 있는 4륜구동이라는 점이 체어맨의 최대 강점이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4륜 특유의 접지력이 인상적이었다.

에쿠스와 체어맨 모두 내부 인테리어, 편의사양 면에서는 최고급 세단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화려하다. 가격도 각각 8950만원(에쿠스), 8350만원(체어맨)으로 비슷하다.

에쿠스, 체어맨 중 어떤 차를 선택해야할까.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다. 최고급 세단 특유의 장점을 모두 누리면서 가뿐한 드라이빙 감각도 욕심낸다면 에쿠스를, 벤츠 특유의 중후한 승차감과 내구성, 4륜구동의 안정성을 선호한다면 체어맨이 나을 것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