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산업 생산성 '꼴찌'…이게 현실
‘현대차 30.7시간 vs 닛산 18.7시간.’ 생산라인에서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완성차를 1대 만들어내는 데 30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한국(현대자동차)뿐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신규 채용 인원 사전 협의, 해외 공장 신설 때 노사공동위원회 심의·의결 등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고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2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연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동 유연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 없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생산성 높이지 않으면 도태

현영석 한남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크게 우려했다. 현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사활적 요소는 원만한 노·사관계”라며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 없이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의 임금상승률이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가장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를 인용, 2011년 기준 자동차산업 시간당 평균임금이 △미국 38달러 △독일 60달러 △일본 37달러 △한국(현대차) 34.8달러 △중국 2.17달러 등이라고 소개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1999년 대비 2009년 비교) 주요국 자동차업체 임금 상승률은 한국 140%, 중국 80%, 프랑스 28%, 미국 15%, 독일 13%, 일본 5%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블룸버그 자료엔 잔업과 특근수당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합하면 현대차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4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사업·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매출에서 급여(직종 구분없이 전직원 기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3년 9.69%에서 지난해 13.1%로 높아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지난해 현대차의 전체 임금을 직원수로 나눈 금액이 771만원이었다”며 “2011년 기준 제조업 월 평균 1인당 노동비용 총액이 48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임금은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또 “현대차는 원가에서 노동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7%까지 올라갔다”며 “생산성이 부진한데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임금 상승폭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2011년 하버 리포트 기준)을 보면 현대차 30.7시간, GM 21.9시간, 포드 20.6시간, 도요타 27.6시간, 혼다 26.9시간, 닛산 18.7시간 등이다.

◆통상임금문제 해결해야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시키려는 근로시간단축 법안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적자를 누적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며 “통상임금은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려면 대법원이 철저한 법령 검토를 거쳐 전원합의체 판결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예진/이건호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