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앞둔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판매 부진과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수출 차질 등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임금협상이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는 오는 29일부터 8월2일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고 단체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쌍용차는 노조 창립일인 31일부터 8월5일까지 주말을 포함해 6일간 쉰다.

올해 7월엔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와 한국GM의 부분파업으로 작년 같은 기간 생산량인 35만대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5개사의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한 39만4386대였다. 주간2교대 시행까지 겹쳐 여름 비수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생산량이 4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한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4개사는 노조와 협상이 모두 파행을 겪었다. 휴가 전 타결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현대차와 한국GM은 지난 19일 진행한 15차, 25차 단체교섭이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월 13만498원 인상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750%에서 850%로 인상 △2012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등의 요구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 기준연도를 전년이 아닌 당해 연도로 하고 새로운 성과급 배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화성공장에서 임금협상 3차 본교섭에 들어가는 기아차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노조는 임금 요구안 외에도 △배치전환 제한 등 근무형태 변경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퇴직금 승계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작년 무분규 타결을 했던 쌍용차도 지난 18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기본급 8만2000원 인상에 합의했지만 통상임금 대책과 성과급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 등 쟁점이 남아 있다.

완성차 노조는 이번주부터 강화된 요구안을 제시하고 파업 강도를 높이는 등 사측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 노조는 22일부터 파업시간을 2시간 늘려 주간 4시간, 야간 6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4일 100여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해 1만8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사무직 임금체계 개선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휴가 전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