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업체 회장이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달아난 사건이 '제2의 함바 비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검찰이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정모(48)씨는 달아난 경기도 화성의 한 철거업체 회장 이모(44)씨 측근으로 횡령 이외에도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철거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선처해 달라며 2008년 12월 한모(54·4급)씨 등 중부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 3명에게 5천300만원을 건넨 혐의다.

법원은 지난 5월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세무공무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그러나 세무공무원들을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빼돌린 돈의 액수를 고려하면 이 가운데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면서 곳곳에 뿌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장 이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우리가 준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을 말할 테니 수사를 그만해 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000년대 들어 시행사와 시공사를 세우고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나선 이씨가 그동안 공사를 따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다른 시행사나 시공사와 비교하면 공사를 쉽게 따낸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자들에게 로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씨를 비롯한 철거업체 핵심 인물 2명이 종적을 감춰 검찰은 제2의 함바 비리로 이어질지 모를 이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아직 국내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전국에 수사관을 파견해 쫓고 있다.

함바 비리는 2005~2009년 고위 공직자들이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67)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함바 운영권 수주나 인사 청탁에 개입한 사건으로 강희락(60) 전 경찰청장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