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창조경제 꽃이라더니…일심글로발에 무슨일이

지능형 유리창 청소로봇
獨 가전전시회서 주목 받고 실리콘밸리서도 '러브콜'

인증 6개월만에 법정관리
판매 부진하자 돈줄 막혀
류 대표 "정부 투자 절실하다"…정부 "올해부터 마케팅 지원"
류만현 일심글로발 대표가 11일 경북 경산 공장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생산을 중단한 지능형 유리창 청소로봇 ‘윈도로’의 2차 버전을 설명하고 있다. /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류만현 일심글로발 대표가 11일 경북 경산 공장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생산을 중단한 지능형 유리창 청소로봇 ‘윈도로’의 2차 버전을 설명하고 있다. /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유리창에 착 달라붙어 유리를 닦아주는 로봇이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2’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스로 유리창 높이와 폭을 계산해 면적에 따라 이동한 뒤 내장된 세제와 물을 뿜어 청소하는 이 ‘지능형’ 제품은 독일의 유력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특집 기사로 실렸다.

국내 신생벤처기업인 일심글로발은 ‘윈도로’라는 이 로봇으로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거나 3년 내 5위 진입이 가능한 제품) 인증을 받았다.

불과 반년 뒤인 지난달 28일, 이 회사는 대구지방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를 신청했다. 작년 말 42명이던 직원들도 하나둘 회사를 떠나 6명만 남았다.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남은 직원들은 재고를 헐값에 내다 팔고 있다.

○팔리지 않는 ‘세계일류상품’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일심글로발에 이어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에 입주해 있는 호야로봇도 지난 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6년까지 대구·경북지역을 로봇 산업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 지방자치단체들의 구상이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5년 설립된 일심글로발은 원래 초극세사를 이용해 청소용 섬유를 생산했다. 2006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유리창 청소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북도와 포항시·포스텍이 공동 출연한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협력해 윈도로를 개발, 지난해 3월 판매를 시작했다. 일심글로발의 ‘변신’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프랑스·독일·일본 등 세계 20개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했고 싱가포르와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졌다.

그런데 현실은 냉정했다. 지난 4년간 제품 개발에 50여억원을 투자하며 불어난 부채를 감당하기엔 판매량 증가 속도가 더뎠다. 로봇에 진출하기 전인 2009년 95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재무상황이 나빠지자 은행들은 대출금 상환을 독촉했고 정부 지원을 받은 벤처캐피털들마저 외면했다. 자금줄은 막혔고 공장은 멈춰섰다.

류만현 일심글로발 대표는 “제품 개발을 마치면 마케팅이나 양산에 필요한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그 시점이 되면 은행들은 대출금부터 갚으라고 요구한다”며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로봇산업에 10년간 1조원 투입

소방관 보조로봇을 만드는 호야로봇도 부도 위기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설계에서 제조까지 자체 기술로 소방관 보조로봇 생산에 성공해 산업부로부터 지능형로봇기술대상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정부 지원금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03년 로봇을 10대 차세대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10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육성책을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제2차 지능형 로봇 기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산업부 기계로봇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시장 컨설팅, 해외전시회 지원 등 마케팅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는 “서비스 로봇은 좋은 기술 외에 부담 없는 가격, 시장 수요 등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시장이 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로봇이 무엇인지에 대한 선행연구가 비교적 활발한데, 우리도 부처 간 협력 등을 통해 이런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대구=김덕용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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