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 후원 '전성시대'] 뜨기 전에 잡아라 ! 꾹 참고 기다려라 !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여왕’ 김연아. 2012년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5위에 오른 ‘체조요정’ 손연재. 세계 여자프로골프 메이저대회 3연승이란 대기록을 세운 ‘골프여제’ 박인비. 이들은 기업이 스포츠 선수를 후원해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면 △선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안목 △성공 스토리를 그려내는 구체적인 상상력 △가능성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의 결단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과 배려 등 스포츠 선수 후원의 성공 공식을 찾을 수 있다.

김연아와 손연재는 상상력이라는 ‘작은 씨앗’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경우다. 김연아는 스포츠마케팅업체 IB월드와이드(옛 IB스포츠)와 선수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던 2007년 4월 세계 정상급 선수였지만 후원사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손연재는 세계무대에서 무명이었던 중학교 2학년 때 IB와 계약했다.

IB월드와이드에서 아마추어 종목 선수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진 상무는 “김연아와 손연재를 처음 만났을 때 운동 능력도 뛰어났지만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집념과 의지가 강해 보였다”며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이들이 충분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고 회상했다.

상상력은 구체적 계획으로 이어졌다. 김 상무는 “세계적인 지도자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면 세계 정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돈 걱정 없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 선수 후원 제안서를 보내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연아를 후원할 곳을 찾기 위해 2007년엔 국내 30대 기업을 다 돌아다녔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KB금융그룹이 전격적으로 김연아를 후원하겠다고 결정했다. 김진영 KB금융그룹 광고팀장은 “세계적인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KB의 경영전략에 부합하는 선수를 찾고 있었는데 당시 비인기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 정상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김연아가 딱 맞아떨어졌다”며 후원을 결정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KB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2009년 손연재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안 된다는 주변의 비웃음을 극복하는 결단력이 성공을 이끌어냈다. 김 상무는 “초기 유망주 시절에 후원금은 연간 3000만~5000만원 정도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투자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201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손연재는 2012년 올림픽에서 선전(리듬체조 개인종합 5위)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김 팀장은 “산술적으로 추산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국내 스포츠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