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일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내 딜라이트숍에 붙어 있는 갤럭시S4 LTE-A광고.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5일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내 딜라이트숍에 붙어 있는 갤럭시S4 LTE-A광고.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에서 모두 신기록을 작성했으나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앞에서 빛이 바랬다. “삼성전자는 뛰어가는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날아가길 원한다”(김동원 현대증권 테크팀장)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 이익 비중 줄었지만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에 처음으로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지난 1분기에 사실상 역대 최대 이익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9조5000억원. 1년 전에 비해 47% 증가한 호실적이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삼성전자 실적을 이끄는 모바일 부문이 주춤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26일 나온 갤럭시S4가 기대에 못 미친 점에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갤럭시S4 판매량은 한 달 만에 100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두 달 만인 지난달 말 2000만대를 돌파했다. 갤럭시S3에 비해 빠른 속도였지만 22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란 예상치는 밑돌았다. 2000만대도 전 세계 통신사로 들어간 출하량이지 소비자들이 실제 구입한 판매량이 아니어서 부정적 시각이 더욱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갤럭시S4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뉴욕에서 대규모 공개행사를 개최하고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1400여개 매장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체험 매장을 개설하는 등 유통망 확장에 많은 돈을 썼다.

또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보급형 휴대폰도 예상보다 덜 팔렸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긍정적 전망이 다소 우세

모바일 부문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더 이상 커지기 어려워 삼성전자도 고전할 수 있다는 게 부정적 시각의 골자다.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가 제품 중심으로 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제품 위주로 바뀌어 이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어느 정도 한계점에 온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시장이 한풀 꺾일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말 ‘50달러 스마트폰의 부상’이란 보고서에서 “향후 프리미엄급보다 50달러 수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며 중국 업체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3분기부터 삼성 모바일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마케팅 비용 증가라는 일회성 요인 때문에 2분기에 이익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판단해서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 등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점도 호재다. 갤럭시S4는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2분기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7500만대가량으로 1분기에 비해 7% 이상 증가한 게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전체 판매량 증가 덕분에 부품(DS) 부문도 2분기에 호실적을 냈다. 디스플레이 부문이 갤럭시S4 같은 신제품 의존도를 줄인 게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1조1000억원가량을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번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모바일 이익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삼성전자의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안정적인 이익구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모바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분기 74.1%에서 2분기 60%대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분기엔 스마트폰 외에도 D램 등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수요 강세로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삼성전자가 고속 성장을 이어가려면 선도 업체로서 혁신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전설리/심성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