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투명한 시장경제…지하경제 양성화가 열쇠

성숙한 시장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효율적 자원 배분과 함께 ‘경제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시장경제연구원이 공동 발간한 <시장경제의 재발견>은 “기업과 민간이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라고 한다면 정부는 게임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심판과 같다”고 했다. 심판은 선수들이 반칙을 했을 때 벌칙과 함께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투명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고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경제는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각종 세금과 정부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일련의 경제행위다. 최근 정부가 투명한 시장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되레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수단 동원하는 '숨은 경제'


검은 경제(black economy),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 현금경제(cash economy),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 모두 지하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지하경제는 통상 ‘세금과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법·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숨은 경제’로 정의된다. 금전거래, 비금전거래, 합·불법적인 행위, 조세회피 혹은 탈세 목적의 행위 등이 포함된다. 신고하지 않은 자영업, 가내수공업, 물물교환,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불법 도박, 마약거래, 불법 고리대금 등이 지하경제에 해당된다.

지하경제 발생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조세 회피와 사회보장부담금 부담을 피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또 최저임금, 근로자 최대 근무시간, 안전 기준 등 노동시장에 대한 법적 기준·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통계 조사나 기타 행정적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 지하경제를 추정하는 방법은 설문조사를 통한 직접적 추정 방법과 미·거시 경제 모형을 이용한 간접적 추정 방법 등이 있지만 은닉된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그 실체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12년 기준 290조원(명목 GDP 대비 23%)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가 2007년 기준 13%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재정 부담·소득 불균형 초래


지하경제는 정부의 세수 부족을 초래하고 국민소득을 낮추며, 소득 불균형까지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역기능을 한다.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하경제가 양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지하경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조세다. 지하경제 활동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세금 징수에 지장을 초래해 공공재 공급에 차질을 가져온다. 대다수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징수돼야 할 세금의 절반 이상이 국고에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소득과 지하경제는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즉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하경제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이므로 지하경제가 클수록 명목상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상당수 국가들이 지하경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지하경제 비중이 축소돼야 함을 말해준다. 또 지하경제 규모의 증가는 지니계수(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도 증가시킨다. 지하경제 증가가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켜 사회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하경제 양성화나선 선진국들

선진국은 투명거래 및 성실한 세금 납부를 유도해 지하경제를 축소시키려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신용카드 거래가 이뤄지나, 해외 신용카드를 이용해 탈세할 수 있다. 따라서 탈세 소득 파악을 위해 역외계좌 관련 신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역외 금융계좌 보유자 파악을 위해 미국에서 사용한 외국 금융회사 발행 신용카드 연관 계좌를 보유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세무조사를 시행해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케나다는 현금 수입 업종을 집중적으로 분석, 납세 성실도를 분석하고 회계감사 프로그램 도입으로 세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지하경제의 위험성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현금 거래가 많은 주택 건설이나 서비스 업종에 대한 현금 결제 자제를 유도해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 역시 최근 FIU(금융정보분석원)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의심되는 현금 거래 등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성을 확대시키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입법 추진이 활발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과세 저항과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제도적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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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양성화'의 역설… 현금거래 급증

[Cover Story] 투명한 시장경제…지하경제 양성화가 열쇠

최근 정치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입법을 추진하자 오히려 세원(稅源) 추적이 어려운 현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해온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원리에 대한 정교한 이해 없이 거칠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미숙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오히려 지하경제를 키우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역설(逆說)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화폐 순발행액(발행액에서 환수액을 뺀 것)은 3조739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8705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화폐 순발행액은 시중에 현금 수요가 늘어나면 증가한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화폐 순발행액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09년 6월에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증가액이 1조원대에 머물던 화폐 순발행액은 올 들어 3조원대로 뛰어 오른 것이다.

특히 고액권인 5만원권은 올 들어 더욱 가파른 속도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집·금고 등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5만원권 환수율(발행된 돈 중에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온 돈의 비율)은 52.3%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전체 5만원권 환수율 평균 61.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국세청은 고액권 현금 사용이 늘어나면 자영업자들이 현금 매출을 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세원 포착이 어려운 지하경제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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