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압감을 이겨낸 한마디…"내 선택을 믿자"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세계 여자골프에서 63년 만에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박인비는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CC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2오버파 74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정상에 올랐다. 시즌 6승(통산 9승)을 거둬 박세리가 2001년과 2002년에 세운 한국 선수 최대승 기록(5승)도 갈아치웠다. 메이저는 통산 4승째다. 올 시즌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제패한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미국)가 세운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피플 & 뉴스] 메이저대회 3연승… LPGA 새역사 쓴 박인비
박인비의 대기록 뒤에는 그의 멘탈 코치인 조수경 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장(44·사진)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US오픈 대회 내내 매일 전화통화를 하며 마음에 두고두고 생각할 한 가지 주제를 새롭게 정했다. 그것은 스윙비법 같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닌 강한 멘탈이었다.

조 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의 집중 조명은 박인비 선수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외부의 자극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필드에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들이 택한 결론은 ‘내 선택을 믿자’는 것이었다. 조 소장은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내 공 앞에서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를 위해 ‘내 선택을 믿자’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클럽이 손에 쥐어지든, 내가 본 라인이 맞든 틀리든 공 앞에서 자신있게 스윙하고 내려오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조 소장은 “박인비의 낙천적인 성격은 하늘이 준 큰 선물”이라고 했다. 수영의 박태환, 리듬체조의 손연재, 체조의 양학선, 골프의 유소연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멘탈을 지도하는 조 소장은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태어난 선수가 있고 트레이닝을 통해 정신력을 강화한 선수가 있다”며 “박인비는 선천적으로 강한 멘탈을 갖고 있으면서 트레이닝을 통해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인비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이나 목표에 대해 낙천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며 “불안한 요소가 표출되고 감성적인 고비가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그 믿음을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이끌어가는 의지가 있다”고 평했다. 이런 강한 멘탈은 미국에서 ‘퍼팅 대가’로 불리는 데이브 스톡튼도 인정했다. 그는 “좋은 퍼팅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한다”며 “박인비는 어떤 라인에서든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떤 압박감 속에서도 일상심을 잃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