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명의를 차용해 금융거래를 했다가 걸리면 거래자, 명의자 둘 다 처벌을 받는 법안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법안은 김영록, 안민석, 이상직, 강기정, 배기운, 김영환, 추미애, 최재천, 유승희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은 금융회사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자의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제하지만, 타인의 명의로 거래하는 차명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즉, 차명으로 금융거래를 했다가 원래 주인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명의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자금 세탁이나 조세 포탈, 주가조작에 차명 거래가 빈번하게 악용되고,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 현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재벌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포함해 전두환 전(前)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역외 탈세에도 차명 계좌가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개정안은 차명 거래 적발 시 거래자와 명의자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명의자가 자진해서 차명 거래를 신고하면 재산을 증여로 의제, 적발률을 높이도록 했다.


명의자 재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현행 부동산실명제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사항이다. 자진 신고는 공정거래법의 리니언시(leniency)를 응용한 것.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차명 계좌를 신고한 명의자에게는 형사처벌을 면제하고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신고자는 원금의 절반과 이자의 90%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자산을 받을 수 있다.


단, 대포 통장이나 사기 수단으로 명의를 빌려준 경우는 제외된다.


예금 거래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증권 거래에도 차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종걸 의원은 "실권리자가 어떠한 경우도 금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해 차명 거래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차명 계좌 금지는 가족 명의의 거래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종중(宗中), 동문회, 향우회, 종교 모임의 경우 법안 적용이 배제되도록 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나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노약자, 장기 입원 환자도 제외다.


이종걸 의원은 "법 시행 후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3개월 동안은 실권리자의 명의 전환을 허용하되 이 기간이 경과한 뒤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세일보 / 김노향 기자 flower@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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