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국내 매장 수 12개, 독일 등 해외진출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
대기업 저가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프리미엄 컵밥' 신념 지켜
[2030 프랜차이즈 CEO] 컵밥의 변신은 '무죄'…억척빼기 30대 여사장의 성공 비결은?
여자, 30대, 두 아이의 엄마, 매장 수 12개 프랜차이즈 대표. 문정미 더컵 대표(35·사진)를 이러한 말들로 설명하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다. 다니던 직장에서 경직된 조직의 한계를 느끼고 과감히 일자리를 내던졌던 그가 갑자기 창업을 하게 된 데는 무언가 흥미로운 사연이 있을 듯 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운 좋게 한 일본계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어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서 일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죠. 그곳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쯤 남녀차별 문화, 남성을 승진에서 우대하는 등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내가 배울 것도, 클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사표를 썼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 거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는 문 대표는 곧바로 '참이맛감자탕'에 입사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란 걸 처음 경험했다. 그 당시만 해도 프랜차이즈에 대한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문 대표에게도 역시 생소한 시스템이었다. 매장에서 손님을 받고 계산을 하는 것에서부터 홈페이지를 꾸미고 가맹점주들을 관리하는 등 8년간 프랜차이즈 사업을 경험하다 보니 업계 생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25살 때부터 감자탕 프랜차이즈 업체에 들어와 일을 시작한 거예요.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다 보니 이 일 저 일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일반 아르바이트 직원이 하는 일에서부터 임원들이 하는 일까지요. 그때 배운 노하우들을 지금 사업에서 다 써먹는 거죠."

2011년 문 대표가 33살이 되던 해 그는 과감히 '이사' 자리를 던지고 자기 일을 택했다. 그동안 줄곧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한식'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는 문 대표는 컵에 담는 밥을 떠올릴 수 있었다. 타깃층을 고려해 홍익대학교 근처에 직영 1호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가 고려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홍대는 눈 감았다 하면 코 베어 가는 곳일 정도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해요. 당시에는 컵밥이 생소한 아이템이었는데 순식간에 '카피' 매장들이 생겼어요. 대기업에서도 유사제품을 저가에 쏟아 내놓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컵밥은 싸구려' 음식이란 이미지가 생긴 것도 문제였어요. 저가 제품으로는 롱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프리미엄 컵밥 전략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문 대표는 외국인이 봤을 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한식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주변 경쟁 업체들의 저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밥을 볶을 때 치자열매를 사용해 영양을 강조하고, 조미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게 더컵의 특징이라고 했다. 또 렌즈에 데워 먹는 사람들을 위해 밥을 한 번 더 볶아 내놓는 배려도 가미했다.

2년 전 처음 1호점을 오픈한 '더컵'은 현재 가맹점 11개와 더불어 전국에 총 1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20개까지 확장하는 것. 또 현재 말레이시아 독일 등에 마스터 프랜차이즈(MF) 형태로 진출해 있는 해외사업을 호주 중국 등으로도 넓힐 예정이다. 브랜드 론칭 3년 만에 3개 이상의 해외 국가에 진출한 것은 업계에서도 드문 사례.

평범한 회사원에서 매장 수 12개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직접 일해본 뒤에 창업을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아이템이 좋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자기가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깨닫는 게 더 중요합니다. 창업을 하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그래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알게 됩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