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꼬리표 떼고 '물 좋아진' 코웨이
14년 동안 계속된 코웨이(대표 김동현)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은 지난해 처음 끊겼다. 모기업이었던 웅진그룹 부실 사태와 사모펀드 MBK로의 경영권 매각, 웅진그룹 시절 주식 매도와 관련된 검찰 고발로 인한 최고경영자(CEO) 직무집행정지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코웨이의 ‘성장 신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올해 실적이 좋아지고 조직이 안정되면서 코웨이는 빠른 속도로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고객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해약률이 올해 2분기 1% 밑으로 떨어져 “예전보다 오히려 나아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영업이익 14년 만에 첫 뒷걸음

1989년 설립된 코웨이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매출이 30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를 오가는 중소기업이었다. 이런 회사가 확 달라진 계기는 1998년 업계 최초로 시작한 ‘렌털 마케팅’이었다. 비싼 정수기를 구입하는 데 부담을 느끼던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었다. 1998년 305억원이었던 매출은 2011년 1조7099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억원에서 242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매출은 약간 늘었지만 영업이익(2278억원)은 1년 전에 비해 6.1%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코웨이는 이에 대해 “팔 수 없는 재고를 폐기하는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나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CEO 직무집행정지 사태

코웨이는 경영권이 올해 1월 MBK로 넘어간 뒤에도 경영진을 바꾸지 않았다. 유임된 홍준기 사장은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키고 일선 직원들의 영업을 적극 독려했다. 또 정수기와 청정기, 비데 등 렌털 요금을 평균 5.5% 올리는 등 수익성 개선에도 나섰다.

그 결과 코웨이는 지난 1분기 매출 4652억원에 영업이익 692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증권은 2분기 실적 예상치로 매출 5300억원, 영업이익 730억원, 연간 예상치로 매출 2조1060억원, 영업이익 2962억원을 제시했다.

안정을 되찾던 코웨이에 위기가 온 것은 지난달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홍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지난달 초 발생했다. 웅진그룹 시절 지주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했다는 혐의다. 코웨이는 다음날 홍 사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하고 김동현 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홍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면직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자 대표체제’가 된 것이다.

“소비자불만 절반으로 줄여”

고객으로부터 매달 돈을 받아야 하는 ‘렌털’사업을 하는 코웨이 수익성은 고객의 계약 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3월 1.04%였던 해약률(전체 고객 대비 해지고객 비율)은 4월 0.94%로 떨어진 데 이어 5월에는 0.86%로 내려갔다. CEO의 직무집행정지 사태는 회사 영업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재훈 코웨이 홍보부장은 “해약률이 0.8%대로 내려간 것은 물론 2개월 연속 1%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약률 0.1%가 떨어진 것은 고객 4000명을 확보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품질 강화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김동화 코웨이 유구공장장은 “지난 2월부터 협력사와 머리를 맞대고 부품 성능을 높이기 위한 R&D를 집중 강화했다”며 “품질이 좋아지면서 불량률이 낮아졌고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교환을 요구하는 소비자 불만 건수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혁신 활동을 쉬어선 안 된다”며 유구공장과 인천공장 등을 수시로 방문해 독려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