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전력난 풀려면 당장 원전 7기 필요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증가로 예비율이 급락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최근 전력난을 이렇게 진단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국내 전력수급 정책의 기본이 되는 중장기 설계도로 산업부가 2년에 한 번씩 발표한다.

산업부는 이 계획에서 폭염 한파 등 이상기온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계획에 포함된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전했다.

◆15년 앞 내다본다더니…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06년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12년 최대 전력 수요를 6712만㎾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최대 전력 수요는 7429만㎾를 기록했다. 당초 예측치보다 717만㎾나 많았던 것.

이는 원자력발전소 7기, 화력발전소 10기 생산량에 각각 해당하는 양이다. 2008년 전망한 2012년 예측치(7296만㎾)도 실제 수요보다 133만㎾ 모자랐다.

수요 예측 자체가 엉망이다 보니 공급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기 어려웠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는 통상 10년이 걸린다. 발전소 준공에만 7~10년이 필요하고 각종 인허가와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건설을 결정해도 엄청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15년 앞을 내다보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 내에서 이 문제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여기에 지역 주민의 반대 등으로 기존 계획에 포함된 발전소조차 건설이 지연되거나 취소돼 전력난을 심화시켰다. 2004년 제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기준으로 올해 완공 예정이었던 부곡복합 3·4호기, 서울복합 1·2호기 등 총 200만㎾ 규모 발전소는 완공이 지연됐다. 송도복합 1·2호기, 양주복합 1호기, 율촌복합 2호기 등 215만㎾ 규모 발전소는 아예 건설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 능력의 기준이 되는 예비율은 최근 3~4년 사이 곤두박질쳤다. 2009년 14.9%였던 예비율은 2010년 6.4%로 급감했다. 예비율은 7%를 넘어야 전력 공급이 안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지난해에는 예비율이 3.8%로 뚝 떨어졌다.

내년에는 나아질까

정부는 내년에는 전력 수급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고리 원전 3·4호기 등 신규 발전소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설비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탓에 향후 발전소를 정부 계획대로 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존 설비도 노후화되면서 예측하지 못한 발전설비 고장이 잇따를 수도 있다. 현재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신재생 설비를 제외하고 20년 이상 된 발전소는 93기로 30%에 육박한다.

정부는 2020년에는 20년 이상 된 발전소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해 30년 이상 발전소는 22.4%에 달할 전망이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한국은 산업구조상 에너지 다소비 체질인데 무턱대고 수요를 줄이라고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수요를 천천히 줄이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