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한수원 개혁하라 보내놓고 취임前 책임 물어 면직
지난 5월 터져 나온 원전 비리에 대한 정부의 혼란스러운 수습책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원전 비리 파문에 휩싸인 한국수력원자력을 개혁하기 위해 정부 스스로 투입한 사장을 임기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태 수습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것.

지난 6일 면직처리된 김균섭 전 한수원 사장(사진)은 “한수원 개혁을 완결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신고리 1~4호기, 월성 1·2호기 등 국내 원전 6기에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핵심부품(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이 드러나자 사건 발생 10일도 안 돼 면직처분을 받았다. 2011년 고리 1호기 사고 은폐 사건이 불거진 뒤 해결사로 투입된 그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꼬리 자르기’ ‘희생양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원전업계의 고질적인 비리를 방치하다시피 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못한 채 악화된 국민 여론만 일시적으로 잠재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드러난 원전 비리는 김 전 사장과는 무관한 일이다. 지난해 11월 영광 5, 6호기의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 사건도 과거 10여년에 걸쳐 이뤄졌다. 불량 제어케이블도 김 전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 납품이 결정된 것이다.

오히려 김 전 사장은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한수원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한수원 내부 시스템에 칼을 댔다. 1년이 안 되는 재직 기간 동안 과거 사장들이 하지 못한 순환보직제를 도입하고 민간 출신 전문가도 과감히 영입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과거 비리를 현 사장에게 돌리는 마녀사냥식 처리는 문제가 있다”며 “원전 비리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