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개선·저가 생필품 인기…하반기 실적 전망 '맑음'
유통업은 지난해부터 소비 침체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고 대형마트는 정부의 영업규제까지 겹쳐 역성장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는 장기적인 경제성장률 하락과 맞물려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유통업은 소비 회복과 더불어 전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나타나며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들 전망이다.

○추경·부동산 대책 효과 기대


유통업 업황을 결정짓는 외부 요인은 소비 경기다. 지난해 국내 민간소비는 전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4.4%, 2011년 2.4%에 이어 성장 폭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역시(동일 점포 기준) 각각 0.4%와 3.4% 감소했다.

소비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국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역자산효과(자산가치가 줄어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가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엔저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져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소비가 언제 본격 회복될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표상으로는 민간 소비가 2분기 중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04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4·1 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정부 경기부양책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경기 부양 노력에 힘을 보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이 집행될 때 경기가 바닥이었던 적이 많다. 또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백화점 매출 등 소매판매액 증가 폭이 커졌다. 소비가 살아난다면 유통업체 실적도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4분기 의무휴업 영향 완화

대형마트 업황을 전망할 때는 소비 경기와 별도로 영업규제의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월 2회 문을 닫도록 하는 의무휴업은 지난해 4월 처음 시행됐다. 작년 하반기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제기돼 의무휴업을 중단하고 정상영업을 하는 점포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형 유통업체들이 의무휴업을 적용받지 않는 점포에 대해 자율휴업을 하기로 하면서 지금은 모든 점포가 월 2회 휴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휴일을 의무휴업일로 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효돼 앞으로 대형마트와 SSM은 월 2회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휴업해야 한다.

휴업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형마트 평균 구매 건수는 전년보다 2.4% 줄었고 올 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했다. 대형마트 기존 점포 매출은 지난해 3.4%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5%가량 줄었다. 중소 상인과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대형마트 규제는 단기간 내 크게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유통업체들 역시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해외 진출, 온라인 채널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영업규제와 관련해 다행스러운 것은 연말로 갈수록 의무휴업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대형마트 휴업이 일부 점포에 제한적으로 시행됐다. 모든 점포가 월 2회 휴업한 올 상반기 대형마트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년 11월부터는 대부분의 점포가 월 2회 휴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4분기부터는 전년 동기와 비교한 대형마트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소포장·저가 생필품 시장 확대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지만 1인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편의점과 소형 슈퍼마켓은 비교적 고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근거리 소량구매 소비자가 늘고 원거리 대량구매 소비자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1인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편의점과 소형 슈퍼마켓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고가품과 저가품으로 소비가 양극화되면서 저가 생필품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도 일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다. 대형마트들이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늘리고 있는 것도 저가 생필품 수요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요 대형마트 매출 중 PB 상품의 비중은 이마트가 24%, 홈플러스가 26%, 롯데마트가 24%로 모두 20%를 넘는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공동 기획해 생산하는 PB 상품은 일반 브랜드(NB) 상품에 비해 마케팅비와 물류비가 적게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공산품 가격의 40%를 마케팅비와 물류비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PB 상품은 NB 상품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PB 상품 확대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원가 절감 효과를 통해 대형마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yumi.park@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