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조원 투입…올해만 3조원 투입 전망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현금 유동성 지원 규모가 삭감됐다.

STX조선의 채무상환 유예 기한은 1개월 연장됐다.

구조조정이 한동안 더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채권은행들에 발송한 동의서에 이 같은 지원 계획을 담았다.

STX조선에 긴급 유동성으로 3천억원까지 지원하겠다던 채권단은 이를 2천500억원으로 줄였다.

애초 STX조선이 요구한 지원 규모는 4천억원이었다.

2천500억원은 산은이 먼저 지원하고, 나머지 채권은행들은 STX조선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 여신 비율에 따라 지원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STX조선 채권단은 산은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한 채권은행의 부행장은 "STX조선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실사 결과를 보고 정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의 선박 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1억4천만달러(약 1천500억원)는 산은, 수은, 농협이 공급하기로 했다.

넉넉하게 3천억원을 지원하는 데서 2천500억원 지원으로 줄어든 것은 애초 예상과 달리 자꾸 돈을 더 달라는 STX조선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지난달 이미 6천억원이 지원된 데다 이번에 지원되는 2천500억원과 RG 1천500억원까지 이미 1조원이 STX조선의 '연명 치료'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은행들은 STX조선의 회사채 상환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2천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대신 갚아준 데 이어 다음 달 회사채 1천억원의 만기가 또 돌아온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대로 '퍼주기'를 계속 하다간 올해 상반기에 투입된 자금의 2배 정도가 하반기에 또 들어가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께 나오는 STX조선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에서도 추가 부실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팬오션의 법정관리로 STX조선 등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추가 자금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은 꼭 살려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STX조선의 구조조정은 한동안 더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구조조정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STX조선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를 이달 말에서 다음 달 말로 1개월 연장했다.

산은은 오는 11일까지 STX조선 지원 동의 여부를 회신해달라고 했지만, 이를 지키는 채권은행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TX조선의 정상화 방안이 늦어지면 STX중공업과 STX엔진에 대한 지원도 지연된다.

STX조선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zheng@yna.co.kr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