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이용 癌수술…얼굴 변형 걱정 줄여
절제범위 등 미리 확인…부정교합·뼈 함몰 최소화
'바이오 프린팅' 기술개발땐 인체 조직·장기도 만들어
최근에는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권총 틀을 만들어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D 프린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아직 의료계에선 치과 임플란트 제작 정도에 활용될 만큼 3D 프린터 기술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미래형 신기술로 불리는 3D 프린터 기술을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에 활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굴 변형 최소화
백정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최근 부비동암을 앓고 있는 40세 여성 환자와 46세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수술을 해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수술은 얼굴 뼈 함몰이나 부정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턱의 치아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상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성공적인 수술로 평가받고 있다.
부비동암은 비강(코 안의 빈 곳) 주위에 있는 동굴(부비동)에 암세포가 발견되는 질환이다. 보통 부비동암에 걸리면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뒤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붙여서 얼굴 골격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주로 어깨 뼈와 근육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런 수술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얼굴 골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부정교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구조물 변형으로 눈 주변부가 주저앉아 양쪽 눈의 수평선이 어긋나면서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가 진행되기도 한다.
◆장기·조직 프린팅하는 시대 온다
백 교수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3D 입체 프린터를 활용했다. 백 교수는 치과용 모형물을 만드는 벤처 회사에 CT 영상을 제공하고, 3D 프린터로 환자의 수술 부위 골격을 3차원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모형물을 만들어냈다. 이 모형물을 통해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를 미리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절제 부위의 뼈 두께, 절제 방향의 중요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3D로 만들어진 모형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수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백 교수는 “앞으로 인체 조직을 3D 프린터 원료로 이용하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개발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장기나 조직의 3D 프린팅 시대가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뼈 등을 환자에게 딱 맞는 형태로 만들 경우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간이나 신장 등 신체 모형을 한 번에 아주 얇은 층으로 출력해 복제품을 만들 경우 외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3D 프린터의 대당 가격은 30만~50만달러(약 3억3000만~5억5000만원) 정도다.
■ 3차원(3D) 프린터
출력 대상을 평면에 내놓는 2차원 프린터와 달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물체로 만들어 주는 프린터다. 극도로 얇은 막을 쌓아 올리거나 합성수지 덩어리를 깎는 방법을 이용한다. 건축가나 항공우주, 전자, 공구제조, 자동차, 디자인, 의료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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