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든 두개골 모형.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든 두개골 모형.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미션임파서블’에는 ‘3차원(3D) 프린터’로 가상 얼굴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플라스틱 가루를 잉크로 사용해 얼굴 골격에 맞는 틀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3D 프린터의 용도를 쉽게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최근에는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권총 틀을 만들어내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D 프린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아직 의료계에선 치과 임플란트 제작 정도에 활용될 만큼 3D 프린터 기술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미래형 신기술로 불리는 3D 프린터 기술을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에 활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굴 변형 최소화

백정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최근 부비동암을 앓고 있는 40세 여성 환자와 46세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수술을 해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수술은 얼굴 뼈 함몰이나 부정교합(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턱의 치아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상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성공적인 수술로 평가받고 있다.

부비동암은 비강(코 안의 빈 곳) 주위에 있는 동굴(부비동)에 암세포가 발견되는 질환이다. 보통 부비동암에 걸리면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뒤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붙여서 얼굴 골격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주로 어깨 뼈와 근육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런 수술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자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얼굴 골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부정교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구조물 변형으로 눈 주변부가 주저앉아 양쪽 눈의 수평선이 어긋나면서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가 진행되기도 한다.

◆장기·조직 프린팅하는 시대 온다

백 교수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3D 입체 프린터를 활용했다. 백 교수는 치과용 모형물을 만드는 벤처 회사에 CT 영상을 제공하고, 3D 프린터로 환자의 수술 부위 골격을 3차원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모형물을 만들어냈다. 이 모형물을 통해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를 미리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절제 부위의 뼈 두께, 절제 방향의 중요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3D로 만들어진 모형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수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백 교수는 “앞으로 인체 조직을 3D 프린터 원료로 이용하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개발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장기나 조직의 3D 프린팅 시대가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뼈 등을 환자에게 딱 맞는 형태로 만들 경우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간이나 신장 등 신체 모형을 한 번에 아주 얇은 층으로 출력해 복제품을 만들 경우 외과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3D 프린터의 대당 가격은 30만~50만달러(약 3억3000만~5억5000만원) 정도다.

■ 3차원(3D) 프린터

출력 대상을 평면에 내놓는 2차원 프린터와 달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물체로 만들어 주는 프린터다. 극도로 얇은 막을 쌓아 올리거나 합성수지 덩어리를 깎는 방법을 이용한다. 건축가나 항공우주, 전자, 공구제조, 자동차, 디자인, 의료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