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에 빠진 한국남자] 눈썹·손톱 손질에 어깨·복근 성형까지…그루밍족의 진화
정일호 대리(32)는 작년 말부터 한두 달에 한 번씩 서울 청담동의 한 전문매장에서 눈썹 손질을 받고 있다. 정식 명칭은 ‘아이브로 왁싱’.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듯 전문가를 통해 눈썹 모양을 다듬는 것이다. 가격은 30분에 3만원. 정씨는 “눈썹 주변에 잔털이 많아 손질을 받았는데 외모가 깔끔해졌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며 만족해했다.

남성의 외모 관리를 뜻하는 그루밍(grooming)은 화장품을 꼼꼼히 챙겨바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머리에 파마나 염색을 하는 수준을 넘어 눈썹이나 손톱을 손질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보톡스 리프팅 필러 같은 시술이나 각종 성형수술을 하는 남성을 보는 시선도 관대해지고 있다. 서일범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콧대를 높이거나 콧방울을 좁히는 코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며 “사각턱이나 광대뼈를 깎는 윤곽수술 등으로 얼굴형을 바꾸려는 수요도 많다”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입사면접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영업직에 종사하는 직장인이 많이 찾았지만, 순수한 ‘꽃미남 지향파’도 많다고 한다.

얼굴뿐 아니라 몸도 주요 튜닝의 대상이다. 요즘은 어깨 성형과 복근 성형이 유행이다. 삼각근 부위에 실리콘을 넣어 어깨가 넓어 보이도록 하거나 단기간에 식스팩을 만들 수 있도록 복부 지방 흡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남성 화장품 브랜드들은 복근 형성에 도움을 주는 ‘복근 강화 젤’을 판매하고 있다.

쇼핑에 서툰 남성들에게 옷을 잘 고르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쇼핑 도우미’도 있다. 의뢰인의 체형과 스타일을 분석한 뒤 매장을 함께 찾아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주는 것이다.

그루밍족이 늘어나는 것은 관련 매체가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2009년 시작한 남성 대상 패션 정보 프로그램 ‘옴므’는 고정 시청자를 확보, 다섯 번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겟잇뷰티’라는 프로그램은 남성 고정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남성 화장품을 고집하지 않고 여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도 많기 때문이다. 잡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난해 남성지 시장에서는 ‘레옹코리아’ ‘젠틀맨코리아’ ‘GEEK’ 등이 잇달아 창간되기도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