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시도 꿈틀거리게 한 기업 유전자

아산·천안 복합산업단지, 고용인원 8년새 2만명 '쑥'
실업률은 2%대로 '뚝'…법인세 11년간 11배 증가
병원·학교·대형마트 등 인프라 구축은 아직 미흡
[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지방은 죽었다?…천안·아산은 삼성 덕에 살았다

‘107억달러에서 1570억달러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20년간 삼성그룹의 수출액 변화다. 삼성은 연평균 70%씩 수출을 늘려 신경영 이념 중 하나인 ‘글로벌화’를 구현했다. 수출 선봉장 역할뿐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에도 앞장섰다. 20년 만에 직접 고용 인원은 14만명에서 42만명으로 200% 늘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융복합화’를 통해 고용 창출에 힘써온 결과다. 각종 생산시설을 한데 모아 도시화에도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9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및 연세대 스마트공간연구원 등과 함께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업이 성장하면 도시가 발전한다’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의 유전자가 녹아 있는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펴봤다.

◆8년 만에 고용 2배로 늘어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복합산업단지의 고용 및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4개사가 충남 아산 복합산업단지에 입주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 2012년까지를 조사했다.

이 기간 중 직접 고용 인원은 1만8000명에서 3만6000명으로 100% 증가했다. 특히 연구·개발(R&D)과 경영지원 직군이 4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3.5배 늘었다. 간접 고용을 포함한 고용 유발 효과를 고려하면 아산과 천안의 전체 고용 인원(35만명) 중 25%(8만7000명)를 삼성이 담당했다.

삼성 덕에 아산시 고용 여건은 개선됐다. 2008년 3.5%였던 실업률은 2%로 떨어졌다. 인근에 있는 천안시 실업률도 같은 기간 3%에서 2.1%로 낮아졌다.

인구도 급격히 늘었다. 삼성이 아산에서 복합단지 착공에 들어간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천안과 아산 인구는 50%씩 증가했다. 생산활동에 주로 참여하는 20세 이상 40세 미만 인구도 20~40% 늘었다. 천안시의 20세 이상 40세 미만 인구는 1999년 말 15만6000여명에서 2011년 말 18만6000여명으로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산시에서도 6만6000여명에서 9만여명으로 40% 급증했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이 떠나는 다른 지방 도시와 달리 아산과 천안엔 2030세대의 유입이 많았다”고 말했다.

◆세수 증가에도 기여

삼성 복합산업단지는 지역 재정을 늘리는 데도 도움을 줬다. 2011년 천안시 세수는 1999년에 비해 3.8배 증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653억원에서 628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천안에 공장을 세운 2003년부터 세수가 급증했다.

아산시 세수도 삼성코닝정밀소재 공장이 들어선 2001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2001년 1000억원대였던 아산시 지방세액은 2011년 4106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1999년과 비교하면 6.4배 급증했다.

협력업체들이 속속 가동에 들어가면서 천안시와 아산시의 법인세 합산액은 11년 동안 11배가량 늘었다. 소득세 증가폭은 절반가량인 5배 수준이었다. 지방세인 주민세와 재산세는 8배 안팎으로 증가했다.

세수 증가는 재정자립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천안과 아산의 재정자립도는 45%를 넘어서며 충남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들어서면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나 자연스레 도시화가 진전된다”며 “기업단지가 도시에 활력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인프라 구축은 미흡

기업이 들어와도 병원이나 학교,문화시설 등이 단기간에 늘지는 않았다. 강북삼성병원이 건강검진센터를 세우려다 포기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강북삼성병원은 2011년 아산 배방 택지개발사업지구에 600평 규모의 건강검진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주요 고객도 삼성 직원과 가족, 계열사 직원들로 정했다. 지역 주민들도 대형 검진센터가 들어서길 원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동네 병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충남의사회는 “재벌 병원이 지역 의료 수요를 흡수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삼성 검진센터 설립을 반대했다. 동네 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강북삼성병원은 2011년 8월 검진센터 설립을 포기했다. 조영석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아산복합단지 그룹장은 “주민들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원하지만 그런 시설이 없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뿐 아니라 문화시설도 부족하다. 천안시의 문화시설 수는 지난 11년간 2배가량 증가했지만 인구 1만명당 문화시설 수는 0.5개에서 0.7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산시민 1만명당 문화시설 수는 오히려 0.3개에서 0.2개로 감소했다.

교육시설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00년 이후 천안시내 학교 수는 30% 증가했지만 인구 1만명당 학교 수는 되레 4.9개에서 4.2개로 감소했다. 아산시도 6.4개에서 4.4개로 줄었다. 또 아산에 학군 좋은 곳이 형성되지 않아 가족들은 다른 대도시에 떨어져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교수는 “학교 간 통폐합으로 학교 수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학부모들이 원하는 수준의 학교가 없어 가족 단위의 인구 유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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