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적자인데…중견 전선社 흑자 '선전'
건설경기 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전선(電線)업계에서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선 반면 4000억~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견업체들은 수익성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다.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경기 변동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중소·중견 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불황 극복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선업계, 글로벌 위기 직격탄

대기업 적자인데…중견 전선社 흑자 '선전'
전선 업계의 선두기업은 LS전선, 2위는 대한전선이다. LS전선은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이 7조9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36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폭은 1350억원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매출이 18% 감소한 2조5298억원, 손실액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5780억원에 달했다.

전선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선업계는 주택이나 빌딩 착공 등에 따른 신규 수요와 낡은 전선을 새 것으로 바꾸는 교체 수요가 늘어야 매출이 증가하는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신규·교체 수요 모두 위축됐다.

○대기업, 구조조정 불가피

건물공사 일정에 맞춰 전선을 공급하는 사업 특성상 수주는 실제 공사보다 2년가량 앞서 이뤄진다. 현재 기업들이 어려운 건 2년여 전 경기침체 여파로 발주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선업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해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선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올해 안에 전선 업황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LS전선은 지난달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사업을 가려내기 위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품목 위주로 사업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다.

대한전선은 은행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진전기는 지난달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5년여 만의 명예퇴직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조직이 크고 사업군이 다양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실적 개선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중소기업은 불황에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선박 및 풍력발전기용 전선에 특화한 JS전선은 지난해 매출 5818억원, 영업이익 133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 증가했고 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JS전선 실적이 좋아진 비결은 ‘찾아가는 사후관리 서비스’다. 회사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사후관리 직원들이 선주의 배에 함께 타 배가 운항하는 동안 낡은 전선을 개·보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관계자는 “찾아가는 사후관리 서비스는 거래 관계가 끊겼던 고객들이 되돌아오는 계기가 됐다”며 “올해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작년보다 회사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압 케이블 사업이 주력인 대원전선은 다섯 종류이던 PVC를 하나로 통합해 원가를 10% 줄이고, 피복재료인 폴리에틸렌(PE) 3종을 한 개로 바꿔 원가를 20% 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저압 케이블을 감싸는 피복 재료 폴리염화비닐(PVC)은 월 200가량 쓰고 있다”며 “호주 수출길을 새로 열고 자동차용 전선 매출을 늘리는 틈새시장 진입 전략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4489억원)은 전년 대비 7% 줄었는데도 영업이익(80억원)은 9%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