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新경영 20년] '뉴삼성'은 진행형…李회장 "멀리 봐라"

“삼성전자는 암 2기다. 1979년부터 불량은 안 된다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부회장·후계자라는 핸디캡 때문에 내 말이 먹히지 않았다. 회장에 취임한 지 5년이 지나서도 ‘불량 안 된다. 양이 아니라 질로 향해 가라’고 했는데 아직 양을 외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발상, 썩어 빠진 정신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얼굴)은 손을 부르르 떨더니 티스푼을 집어던졌다. 그렇게 질 경영을 외쳤건만, 사장단이 타성에 젖어 양 위주의 경영을 고집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20년 전인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일은 후일 ‘신경영 선언’으로 불리게 된다.

[삼성 新경영 20년] '뉴삼성'은 진행형…李회장 "멀리 봐라"

신경영을 계기로 혁신형 유전자(DNA)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그 사이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다. 지난 5일 3분기 연속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8조원대를 넘는 신기록을 내놨다.

하지만 20년 전 이 회장이 주창했던 ‘신경영’ 철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회장이 강조해온 위기의식은 삼성 임직원들의 뼛속에 녹아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신경영 선포 20주년을 맞아 프랑크푸르트를 찾았다. 경제 위기가 수년째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신경영 선언이 이뤄졌던 켐핀스키호텔과 삼성 독일법인에 있는 신경영기념탑(사진)을 돌아보며 삼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서다.

마침 3개월간 경영 구상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9일 출근해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귀국한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뛰고, 깊게 보고, 멀리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은 삼성의 신경영 성과와 현재,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다루는 ‘삼성 신경영 20년, 삼성 DNA를 바꾸다’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프랑크푸르트=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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