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에서 패션쇼를?"

지난 2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시계 바늘이 오후 2시 정각을 가리키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스포츠카 R8 뒤에 숨어있던 모델들이 무대 앞으로 입장한다. 모델들의 진지한 런웨이 워킹은 패션쇼처럼 화려했다. 전시된 차들과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느낌을 줬다. 아우디가 매일 두 차례 진행하는 '최범석 패션쇼' 현장이다.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권은자 씨(48)는 "여성 레이싱 모델만 있는 줄 알았던 모터쇼에서 패션쇼를 보게될 줄은 몰랐다" 며 "서울모터쇼에 대한 만족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는 2005년부터 패션을 모터쇼에 접목한 행사를 선보였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레이싱 모델로만 구성돼 있던 기존 모터쇼 행사를 새롭게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패션쇼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패션모델을 기용해 아우디만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자는 취지도 있다" 며 "남성 모델을 모터쇼에 기용한 것은 아우디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2013 서울모터쇼'에 참가한 29개 국내외 업체(국산 9개·수입 20개)들이 다양한 부대행사를 보여주고 있다. 모터쇼의 주인공인 신차와 함께 부대행사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에서 최대 9개에서 최소 1개의 행사를 마련했다. 레이싱걸 포토타임, 댄스공연, 게임 경품이벤트, 퀴즈쇼, 연예인 팬싸인회, 음악 공연, 캐리커처 등 다양하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9회째를 맞은 서울모터쇼는 세계 모터쇼 중에서도 부대행사가 제일 많다" 며 "자동차 경품 추첨, 친환경차 시승 등 모터쇼 전체 행사외에도 업체별로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부스에선 홍대 유명 인디밴드 '사운드박스(Soundbox)'를 초청해 매일 3회 공연을 하고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사운드박스 공연을 관람 중이던 김성수 씨(28)는 "신차도 많이 보고 공연도 관람하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미니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캐딜락 부스에는 100m 이상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비밀번호 5자리를 눌러 맞추는데 성공하면 유리박스 안에 들어있는 아이패드 미니를 가져갈 수 있는 행사다.

GM코리아 관계자는 "일평균 약 1200명이 도전하고 있다" 며 "현재까지 1명이 암호를 풀어 아이패드 미니를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품 행사를 통해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재미가 배가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효과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대행사가 모터쇼의 주 목적인 '신차 홍보'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특별한 부대행사 없이 자동차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모터쇼에선 자동차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거나 레이싱 모델을 기용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며 "이벤트를 많이 벌이면 관람객들의 시선이 차가 아닌 다른 곳에 쏠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김상헌 씨(32)는 "많은 행사를 봤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며 "이벤트라는 것이 신차보단 회사나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돼 눈길이 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상품을 주거나 경품이 걸린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 행사장을 자유롭게 이동하기에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고양=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