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공유 개념이 없어…시장·기업이 항상 추구해온 가치
경제민주화? 아무 것도 안될 수도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추창근 칼럼] 창조경제, 뭐라는 건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을 허송한 뒤에야 겨우 정부 형태가 갖춰졌지만 아직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만저만한 늑장 출범이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의 발목을 잡은 야당의 한심한 행태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먼지털기식 자질시비 탓만은 아니다. 검증과정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헛발질을 거듭해 문제 인물들의 연속 낙마사태를 가져온 정권 첫 인사의 무능이 자초한 일이다. 정권 초 하루의 시간이 아까운 마당에 만회할 수도 없는 잃어버린 1개월의 무게는 너무 크다.

늦은 만큼 갈 길이 더욱 바쁘다. 북한의 거듭된 핵 협박으로 최고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안보위기를 헤쳐나갈 태세를 확고히 갖추는 것은 국가존망이 걸린 최우선 과제다. 박 대통령이 국정방향으로 제시한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시동도 걸어야 한다. 새로운 아젠다는 창조경제다. 새 정권 인물들 중 창조경제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국정철학과 정권 비전의 체득에 몸을 던지는 ‘코드 맞추기’야 뭐라 할 게 아니다. 5년 전에도 다들 실용이니, 녹색경제니, 전봇대 뽑기니 한목소리였다.

그런데 창조경제가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목표와 방향으로서 공유할 수 있는 개념을 잡지 못하고 원론적 해석에서 멈춘 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모습들이다. 연일 ‘창조’라는 이름을 붙인 정책과 보고서를 짜내야 하는 공무원들, 산하 연구기관 사람들이 특히 혼란스럽다. 어느 조직 할 것 없이 태스크포스를 가동시키고, 하루가 멀다하고 포럼이다 세미나다 열어보지만 중구난방, 별로 손에 잡히는 게 없다. 그러니 아무 곳에나 창조를 끌어다 붙이고 새로울 것 없는 정책과 오래된 연구결과 제목만 바꿔 세탁·포장하는 눈속임도 분명히 있다.

창조경제의 사령탑인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창조경제는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다”고 간단히 정의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 설계자로 알려진 윤종록 차관은 “사람의 두뇌를 최대한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경제다. 가장 중요한 건 산업 간·조직 간·세대 간 담을 허무는 융합이다”고 말한다. 창조경제 틀의 디자인을 맡겠다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과거의 추격형 경제에서 융합형·선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라면서 “그 기반에 경제민주화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조합(組合)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그 논리가 헷갈릴 뿐이다.

전문가들의 설명도 산뜻하지 않다. 대략 “그동안 없었던 시장, 신산업을 창출하는 일로 창조적 인재육성과 과감한 기업가정신이 그 요체다” “기존 산업에 기술·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 등이다. 여기에 한국형 창조경제 모델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축으로 융합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 및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창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새로운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사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라는 말을 처음 쓴 영국의 존 호킨스가 2001년 그의 책을 통해 제시한 개념은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여전히 구름 위의 애드벌룬, 말의 유희 수준이다.

정리하면 ‘인재, 창의, 융합, 도전, 상상력, 혁신, 기업가정신, 생태계….’ 이런 것들이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다. 확실한 것은 이들 키워드가 정부로서는 생소하지만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화두였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추구해온 목표가 바로 ‘남들이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나만의 제품·기술로 창출한 독점가치를 통해 시장의 지배적 룰을 만드는’ 창조경제였다. 정부는 언제나 그런 창의나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간섭과 규제의 주체였다. 융합과 도전, 기업가정신은 처음부터 자율과 경쟁이 살아있는 시장시스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그런 정부가 창조경제를 설계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과 로드맵을 짜서 집행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경제민주화까지 덧씌워진다. 의욕이 앞서고 있지만 어쩌면 아무 것도 안되는 그림일 수 있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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