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디자이너 자서전 출간

"디자이너는 물·바람같은 존재…끊임없이 비우고 채워야"
"이상봉에게 정해진 스타일은 없어"

“패션과 열정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죠. 그리고 저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가 열정입니다.”

한글을 소재로 한 패션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상봉 디자이너(사진)가 그의 첫 번째 책 ‘패션 이즈 패션(Fashion is Passion)’(민음인 펴냄)을 냈다. 30여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느낀 소회와 뒷얘기를 담았다. 그는 25일 서울 태평로 외신기자클럽에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패션을 옷에만 국한해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음식, 가전, 주택 등 삶의 모든 것이 패션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한류’를 앞세워 한국 디자이너들이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80년 처음 디자이너로 데뷔할 때부터 1985년 자신의 이름을 건 ‘이상봉 부티크’를 만들기까지의 과정,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옷을 팔겠다고 부딪혔던 경험 등을 책에 담았다. 옷을 만드는 창조적인 작업 과정과 디자이너로서 잊지 못할 순간들, 영감을 받았던 계기와 가족 등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뒷얘기도 포함됐다.

그의 해외 시장 진출 과정, 한글과 패션의 접목, 김연아 선수 스케이팅 의상 제작, 탁구 국가대표 유니폼 디자인, 방송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패션쇼, 파리 밀라노 등 패션 도시에서의 경험 등은 30년 이상 한국 패션계를 이끌어온 디자이너의 경험이 돋보이는 소재들이다.

이씨는 한글, 조각보, 태극 문양, 단청 등 한국적인 소재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외국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비우고 다시 채워야 한다”며 “‘샤넬 스타일’은 있지만 ‘이상봉 스타일’이 없다는 것은 그때그때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아무 제약 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디자이너는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물이어야 하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 제1장엔 대학시절 연극배우 꿈을 버리고 패션 분야로 뛰어들게 된 사연을 적은 ‘내 인생의 두 번째 꿈, 패션 디자인’이 실렸다. 이어 김연아 선수와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나의 친구들, 나의 사람들’, 일상 속의 노력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영혼을 담은 디자인을 위하여’, 해외 진출기 등을 담은 ‘일상을 향하여, 세계를 향하여’ 등이 4장까지 수록됐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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